뻔한 데도 잘 안 되는 것이 있다. 일기도 그런 것 중 하나이다. 일기의 가치와 효용성은 잘 알고 있는데 계속 이어 쓰기엔 여간 어려움이 따르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작심삼일(作心三日)로 끝나기를 반복한다. 오늘은 일기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보자.

일기(日記)는 '매일 쓰는 기록'이란 뜻이다. 매일 쓰는 게 원칙이다. 그런데 '매일 쓰는'이란 말이 일기를 한없이 부담스럽게 한다. 굴레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매일 일기가 습관화 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겐 당연히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것에 대한 대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일주일 내내 쓰는 것이 아니라 우선 일주 3회 정도로 일기 쓰기를 시작한다. 이것이 어느 정도 숙달되면 하루하루 늘려 마침내 일주일을 빠짐없이 쓸 수 있다. 사는 단계에까지 이른다. 이런 방법도 쉽지만은 않다. 단단한 각오가 따라야 한다.

단단한 각오는 일기를 씀으로써 얻는 유익을 깨달을 때 가능하다. 그럼 일기의 효용성엔 어떤 것이 있을까. 먼저 들 수 있는 것이 일기가 글쓰기의 기초를 다져준다는 것이다. 내로라하는 작가들의 공통점 중 하나가 어릴 때부터 일기를 즐겨 썼다는 것이다. 일기는 문장력 강화의 지름길이다.

일기에 대해서는 누구나 한 가지 이상씩의 경험을 갖고 있을 것이다. 이 말은 ‘일기를 써 보지 않은 사람은 없다’는 말과도 같다. 초등학교 때부터 방학 과제로 빠지지 않는 것 중의 하나가 일기다. 과제는 타율성이 강한 것이어서 미뤘다가 며칠 것을 한꺼번에 처리한 때도 없지 않다.

일기에 대한 주장들이 많이 제기된다. 방법론뿐 아니라 주제별 또는 영역별 일기 쓰기 등 주장도 제각각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일기쓰기에 왕도는 없다는 점이다. 일반 사람들의 일기는 총체적이 되어야 한다. 그러니까 하루의 일과 중 가장 소중한 것, 그래서 남기고 싶은 내용을 쓰라는 것이다.

다 알고 있겠지만 매일 반복되는 일은 일기의 소재가 되지 못한다. 그러나 반복되는 것도 예외가 있다. 저녁 식사는 매일 반복되는 것인데, 특별한 사람을 만나 음식점을 이용해 식사를 했다고 할 때 그리고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었을 때, 그것은 충분히 일기의 소재가 될 수 있다.

일기에 필수적으로 기록되어야 할 것이 있다. 연월일과 요일 그리고 날씨는 꼭 들어가야 한다. 이것은 훗날 일기를 복기(復棋)해 내는데 도움이 된다. 날씨를 넣되 보다 구체적인 게 좋다. 날씨가 쾌청할 때, '맑음'이라고 한 단어로 표현하기보다는 '눈이 부실 만큼 햇살의 농도가 짙은 날씨'로 표현하면 일기가 생생해진다.

일기는 어려운 것 같으면서도 쓰기 쉽다. 일기는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쓰는 게 아니다. 자기 자신과 속삭이는 글이다. 여기에 몇 가지 원칙이 따른다. 포장 없이 솔직하게 쓸 것, 시제는 현재형이 좋음, 자신을 살피는 글이 될 것, 글의 흐름은 긍정적이 되도록... . 이 외에도 사람에 따라 더 첨가될 원칙들이 있을 수 있다.

일기가 글쓰기의 좋은 단련 무대라는 것은 상술한 바다. 글을 잘 쓰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게 있다. 끊이지 않게 일기를 쓰라. 이것을 4~5년만 실천한다면 자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훌륭한 문장가가 되어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이것이 쉽지 않은 것은 무조건 잘 써야 한다는 강박감, 남에게 칭찬 받고자 하는 의식 때문이다.

나라의 역사 기록을 국사(國史)라고 한다. 또 각 기관과 단체도 연륜을 묶어 기관ㆍ단체의 역사를 기록으로 남긴다. 개인도 마찬가지이다. 개인의 역사는 전기(傳記)의 형태로 꾸며지게 된다. 일기는 그때 중요한 자료가 된다. 일기는 개인의 기록이지만 삶의 양태가 어떠했느냐에 따라 사회에 선한 기제(機制)로 작용할 수 있다. 일기를 쓰자.

이명재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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