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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글쓰기(29) - 글의 첫 문장을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철학박사)
이명재 | 승인 2019.07.17 22:22

시작이 절반이라고 했다. 실마리가 풀리면 그 다음은 일사천리(一瀉千里)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은 않다. 첫 문장을 시작하고도 그 다음 문장이 이어지지 않아 고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첫 문장을 잘 쓰고 나면 글이 잘 풀린다. 그만큼 많이 생각하고 생산해낸 문장이기 때문이다. 논문 같은 중후한 글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겠다. 그러나 문학 장르의 글이나 실용문 등 대부분의 글에 적용된다.

나의 경우를 얘기해 보겠다. 글의 제목으로부터 첫 문장을 푸는 경우가 많다. 오늘 김천일보의 사설도 비슷한 예가 될 것이다. 사설의 제목이 '도 체육회의 갑질'이었다.

글을 이렇게 시작했다. "갑질이 회자되고 있는 시대이다..." 갑질에 대한 뜻을 간략하게 설명하고 À가 B에 한 일은 전형적인 갑질에 해당한다며 가하고 당하는 관계성을 쉽게 설명해 나간다.

글의 첫 문장을 사자성어(四字成語)를 가지고 와서 풀 때도 있다. 사자성어는 오랜 경험과 연륜이 녹아 있는 글자 조합이기 때문에 세상의 지혜를 가득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관련 고사와 연결지어 글을 쓴다면 독자의 관심을 이끌어 낼 수 있다.

가령, 말 잘하고 똑똑하고 많이 배운 한 정치인을 지적하는 글을 한 편 쓴다고 가정해 보자. 그는 그가 가진 지식과 기능을 정의롭게 쓰지 못하고, 불의한 권력에 붙어 호의호식(好衣好食)한다. 안 될 일이다.

이런 사람을 비판하는 글을 쓸 때, '곡학아세(曲學阿世)'란 사자성어로 시작하면 의외로 글이 잘 풀릴 수 있다. 바른 길에서 벗어나 권력에 붙어 아첨할 때 쓰는 말이다. 이런 지식인이 의외로 많은 현실이다.

유명한 사람을 예로 들면서 글을 시작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자살 율 1위라는 불명예를 갖고 있다. 키에르케고르는 절망을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고 했다. 절망의 상대어는 희망 또는 소망이다. 희망을 가지면 죽지 않는다.

그런 주제로 글을 쓸 때, 인용할 수 있는 사람이 유대인 정신과 의사 빅토르 프랑클(Victor Frankl)이다. 그는 독일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끌려가 구사일생(九死一生)으로 살아나온 사람이다. 그는 감옥 안으로 비취는 한 줄기 햇살에서 희망을 보았다.

매일 손톱으로 벽에 성경 구절을 적으며 인내했다. 희망 내지 인내에 대한 글을 쓸 때 이 빅토르 프랑클로 첫 문장을 시작할 수 있다. "오스트리아의 유태계 정신과 의사 빅토르 프랑클이란 사람이 있다... " 이렇게 되면 희망 또는 인내에 대한 글이 술술 풀린다.

문학작품을 끌어들임으로 문장을 시작하는 것도 격조 있게 보인다. 민중의 속성을 이야기할 때 김수영의 시 '풀'을 인용한다거나 우정을 주제로 글을 쓸 때 윤선도의 '오우가' 한 구절을 인용함으로써 글을 풀어간다.

글의 첫 문장은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는 자신 있는 소재를 택해서 문장으로 만드는 것이 좋다. 괜히 어려운 것을 붙들고 좋은 문장을 만들 필요가 없다. 만들기도 힘들지만 다음 문장과 잇는 일은 더욱 힘들기 때문이다.

이명재 목사(본 신문 발행인, Ph. D)

‘시작은 절반이다’라는 말이 글을 쓸 때 반의 진리는 담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것도 쓰고자 하는 글의 전체 틀과 소재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을 때 맞는 말이 된다. 글의 첫 머리도 글쓴이의 능력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한다.

이명재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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