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이 갔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 속사정이 없지 않았겠으나 그의 죽음에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한다. 생명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다. 그의 죽임이 비슷한 연배의 사람 마음에 허무하게 다가온다.

정두언은 많은 달란트를 갖고 있었다. 탤런트, 가수, 행정관료, 정치인, 음식점 경영, 정치평론가…. 이 외에도 갖다 붙일 수 있는 것들이 더 있을 것이다. 그는 경기고와 서울대 무역학과를 나와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줄곧 관계에 몸 담아 왔다.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부름을 받고 정치에 입문했다. 서울 서대문을에서 내리 3선을 했다. 서울 지역에서의 3선은 중진 정치인으로 들어섰다는 것을 말해 준다. 이런 정두언이 나에겐 늘 똑똑한 사람이란 이미지로 다가온다. 그는 재기발랄했다.

정두언 의원과 인사하는 우윤근 원내대표(뉴스1 사진)

그의 정치 행로를 지지하는 입장이 아니다. 그가 보수 정치인의 길을 걸어온 탓이 컸다. 정두언은 이재오 등 몇몇과 함께 이명박의 제17대 대통령 당선에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정권 초기 실세란 말이 그에게 따라 붙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야 대통령의 입지가 넓어진다고 주장했다. 모두들 공감하는 주장이었지만 절대 권력 대통령을 역린(逆鱗)하는 것이 되고 말았다. 이때부터 정두언의 '고난의 행군'이 시작된다.

똑똑한 사람은 자기 이익에 대한 촉수가 발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정두언은 그렇지 못했다. 그가 똑똑하지 않다는 얘기인가. 한동안 그는 사람들의 뇌리에 잊혀진 존재가 되었다. 그뒤 TV를 통해 그는 다시 대중 앞에 나타났다. 정치평론가로서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진영에 갇히지 않고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위치에서 말하려 했고, 넓은 시야로 문제를 보려고 했다. 이상득의 퇴진 주장도 그런 생각의 발로이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도 그는 매섭게 비판했다. 이렇게 하기까지 살신(殺身)의 정신이 필요하다.

보수당(실제 내용은 극우당)으로부터는 배신자로 몰려 왕따를 당했다. 아무리 옳은 말 해봐야 진보 개혁 지향의 당에게는 보수당 쪽 사람 중 1인이었다. 이 지점에서 정두언의 위치를 헤아려 볼 수 있다. 인간관계의 단절만큼 사람을 황폐화 시키는 것도 없다.

정두언의 죽음 앞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것이 있다. 그는 진영논리에 결박되어 있지 않은 정치인이었다. 진정한 자유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피아(彼我)를 가리지 않고 불의와 거짓에 맞서 포효할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 기인한다.

보수를 표방하는 정당에 건전한 보수를 찾기 어렵고, 진보를 지향하는 정당에서조차 진정한 진보의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이 드문 현실이다. 누구나 예외없이 자신이 속한 진영에 갇혀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유인 정두언이 돋보이는 이유이다.

정두언은 보수와 진보(개혁) 어느 쪽과도 대화가 가능했던 사람이다. 자기 진영에서 극단적인 막말로 스스로의 존재를 확인하려 드는 이들과는 분명 유(類)가 달랐다. 청와대 조국 수석이 "한국의 자칭 보수가 이분 정도만 돼도 정치발전을 기대할 수 있겠다"고 한 말이 의미 있게 들린다.

이명재 목사(본 신문 발행인, Ph. D)

생명은 소중한 것이다. 정두언의 갑작스런 죽음이 많은 것을 생각나게 한다. 올바르게 살아야겠다. 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중용의 도를 생각해야 할 때이다. 이 고민이 개인에 멈추지 않고 많은 사람들에게 날아들기 바란다. 정두언 의원의 천국 안식을 빈다.

이명재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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