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꿈이 영그는 3-6번지(Reve-36)

지례를 지나가다 보면 조금 특이한 간판이 보인답니다. 물론 저도 자주 보는 간판이지만, 암호 같은 저 글자의 비밀을 풀기까지 꼬박 1년이 걸렸습니다. 

간판은 그냥 간판이랄 수도 있습니다만 호기심 많은 제가 그냥 있을 수가 있어야지요. 어제는 할 수 없이 카페에 들린 김에 주인장한테 물었습니다.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Reve"는 불란서어로 "꿈"이고 "36"은 예전 이곳의 번지가 3-6번지였다나요. "Reve36" 이곳이 "꿈이 영그는 36번지" 가 되라는 의미로 지었답니다.
주인장의 얼굴이 다시 보였습니다.

진작에 물어볼 걸...후회까지 했습니다.

(2003년 태풍 "루사"때 지례 지역에 와서 수해 복구를 도왔던 자원봉사자를 위한 기념비입니다)

지례(知禮)는 말 그대로 예의를 아는 동네입니다. 조선조 삼강행실도에도 나온다는 후손 없이 돌아가신 스승 '장지도'의 시묘살이를 했다는 '윤은보' '서즐'이라는 제자들의 이야기도 있고 호랑이가 그들에게 노루고기를 물어다 줘서 제사를 지내게 했다는 전설까지 있답니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자원봉사자를 기리는 기념비까지 있답니다. 그만큼 지례면민들은 사람간의 예의를 소중히 여깁니다.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라 했던가요?
"친구가 먼 곳에서 찾아온다면 역시 즐겁지 않겠느냐?" 

아주 오랜 옛날의 공자님께서도 멀리서 친구가 찾아오면 즐겁다고 하시더니 제가 그렇습니다. 좋은 친구들과 지례흑돼지로 느긋하게 점심을 즐겼습니다. 구수하고 담백한 맛은 변함이 없습니다.

옆에 있는 "Reve-36"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투명한 머그잔에 나오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켰습니다.

농번기라 그런지 테이블은 빈자리가 많았고,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쌉싸르한 맛이 좋습니다.
커피 한잔을 다 마실 때까지 각 얼음은 그대로 있고, 오고가는 대화는 순하고 편했습니다.

카페의 창 너머 뒷산을 봤더니 특이한 풍경이 보입니다. 새들의 이름이 '백로' 인지 '왜가리'인지 저로서는 도저히 알 수가 없습니다. 주민들의 말을 빌리면 오래전부터 저곳에다 집을 짓고 번식을 했다는데 여간 시끄러운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환경론자들이 들으면 무슨 소리냐고 하시겠지만, 번식지에 있는 나무는 새들의 배설물로 인해 서서히 말라 죽는다고 합니다. 어찌나 독한지 바닥의 잡풀까지 누렇게 말라 간다고 합니다. 소나무라고 예외는 아니겠지요?

꿈이 영그는 3-6번지(Reve-36)를 이야기하려다 그만 옆길로 샜습니다.

이제 지례는 꿈이 영근다는 "Reve-36" 뿐만 아니라 지례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모든 시민들의 꿈이 영그는, 사람 냄새가 나는...살기좋은 소도읍(小都邑)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문홍연  gcilbonews@daum.net

문홍연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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