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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시평 - 홍콩에 울려퍼진 '임을 위한 행진곡'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철학박사)
발행인 | 승인 2019.06.17 01:19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은 광주 민중항쟁 직후 나온 노래다. 백기완 선생이 쓴 시를 소설가 황석영이 가사로 정리하고 김종률이 곡을 붙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항쟁 와중에 희생된 항쟁지도부 대변인 윤상원과 역시 항쟁에 참여했다가 산화한 노동운동가 박기순의 영혼결혼식 때 부르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각종 집회 현장에서 빠지지 않고 불려지는 이 민중가요는, 함께 부르는 것만으로도 금세 비장감에 젖게 만든다. 그래서 쉽게 시위대의 일원이 되게 한다. 시위는 생각과 함께 행동이 따라야 하는 것이다. 행동이 하나로 결집할 때 제지할 수 없는 힘이 된다. 이것이 흔히 말하는 위대한 민중의 힘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광주 민중항쟁에서부터 박근혜를 물러나게 한 촛불집회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불렸다. 죽은 자의 영혼결혼식을 위해 지어진 결혼행진곡이 사회의 집단적 운동(movement)을 촉진하는 노래가 된 것이다. 언제부턴가 ‘임을 위한 행진곡’이 없는 시위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임을 위한 행진곡’ 가사는 아래와 같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 한 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 동지는 간 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 / 새 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 앞서서 가나니 산 자여 따르라 / 앞서서 가나니 산 자여 따르라"

좁은 시야로 자신만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 노랫말은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불의에 항거하다 산화한 젊은이들로 인해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민중가요는 격한 가사 속에 자칫 감성이 결여되기 쉬운데, 이 노래는 부르면 부를수록 감정을 요동치게 한다.

이 민중가요가 홍콩 시위 현장에서 불렸다고 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범죄인 인도조약(송환법)을 반대하기 위해 운집한 100만 시위 군중들 앞에서 홍콩의 엄마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먼저 중국어로 번역해서 부르고 뒤이어 한국어로 불러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고 한다.

검은 옷을 입고 '송환법 완전 폐지'와 '캐리 람 행정장관 하야'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는 홍콩 시민들(AP=연합뉴스)

노래를 부르기 전 한 멤버는 인터넷에서 '광주의 노래'를 검색하면 바로 이 노래가 뜬다며 한국 영화 '변호인', '택시운전사', '1987'을 본 사람은 이 노래의 배경을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엄마들은 비교적 정확하게 노래를 불렀다.

언어가 다르고 사는 나라가 다르다고 해도 인류 보편적으로 통하는 정서가 있다. 자유를 희구하는 마음이 그 중심에 있을 것이며 평화를 추구하는 마음도 그에 버금갈 것이다. 또 약자에 대해 느끼는 사랑도 거기에는 빠지지 않는다.

지난 6월 4일이다. 강대국 중국이 홍콩에 대해 행사하려던 범죄인 인도조약도 약자에 대한 강자의 횡포로 읽혀진다. 평화를 깨뜨리고 불안을 조성하는 것으로 홍콩의 시민들은 생각한다. 그래서 100 만 명이 모여 반대 시위를 한 것이다.

불의에 대한 민중의 집단적 항거도 세계의 보편적 흐름이다. 역사는 이런 역학 관계를 통하여 발전해 왔다. 5.18 광주 민중항쟁은 여러 나라의 변혁운동에 영향을 미쳤다. 중국의 천안문사태, 대만의 2.28사건 재조명 등도 광주 민중항쟁에 빚지고 있는 사건들이다.

 

이명재 목사(본 신문 발행인

'임을 위한 행진곡'은 우리나라에 와서 일한 이주노동자들이 귀국해서 그들 노동운동 현장에서 불려지고 있다고 한다. 자국 언어로 번역되어 실제 부르고 있는 나라로는 중국, 대만, 홍콩, 캄보디아, 태국, 말레이지아 등을 들 수 있다. 언어는 달라도 진선미(眞善美)를 향한 마음은 같음을 알 수 있다.

발행인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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