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정치 신인을 두고 '논(論)'이란 접미사까지 붙여도 되는지 모르겠다. 내가 볼 때 그가 무슨 대단한 철학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국민을 위한 진정한 애정을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요즘 그를 보고 있노라면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별똥별이 떠오른다.

극단에 의지해서 자신의 존재 기반을 공고히 하려는 것에서 숨은 저력을 읽는다. 그가 요즘 하는 말과 행동을 눈여겨보고 듣는다. 정치적으로는 20% 정도의 극우 세력, 신앙적으로는 15% 쯤의 근본주의 기독교인만 잡으면 성공이라는 셈법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렇게 까지 비타협적 강경 기조를 지속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민주주의를 대화와 타협으로 배웠다. 이것을 기본적으로 부정하는 듯한 그의 모습에서 암담한 민주주의의 미래를 예견한다. 황교안은 애써 쌓아올린 우리의 민주주의를 오독(誤讀)하고 있다.

'황교안론'이라고 시평의 제목을 달았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황은 '논(論)'이란 이름으로 논할 인물이 아니다. 공안 검사 출신으로 박근혜의 눈에 들어 법무장관이 되었을 때에도 자기 주장이 있지 않았다. 오직 주군인 박근혜의 마음을 살펴 그 선을 벗어나지 않으려 했다.

왕조 시대의 충직한 내시를 들먹인다면 기분 나빠할지 모르겠다. 사실이 그렇지 않나. 박근혜 정부 출범 때 검찰 수장이 채동욱이었다. 지금이야 검찰총장도 자기 정치를 하려고 애써지만 박근혜 정권 때는 어림도 없었다. 박에게 찍히면 곧장 옷을 벗어야 했다.

국정원 댓글 사건은 정권에 아주 민감한 사안이었다. 박근혜의 당선과 직결되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박의 입장에선 아킬레스건과도 같았다. 이 사건을 유야무야(有耶無耶)하면 좋으련만 당시 검찰총장 채동욱은 법대로 하겠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뭘 모르는 사람이라고 수군댔다.

검찰총장으로서는 지극히 당연한 법 처리인데 정권의 심기는 불편하기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때 이 일을 알아서 처리한 사람이 황교안이다. 그는 검찰총장을 법적으로 지휘할 수 있는 법무부 장관의 자리에 있었다. 국정원과 짜고 '채동욱 혼외자 사건'을 터뜨려 물러가게 만들었다. 박근혜가 쾌재를 불렀음은 물어보나 마나다.

또 있다. 당시 통합진보당은 박근혜 정권의 눈엣가시였다. 소수 의석을 가진 비교섭 단체 정당이었지만 그들의 주장은 사사건건 기득권 보수 정당 새누리당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더욱이 그 당의 대표 이정희는 18대 대선에 나와 토론회에서 '박근혜 당신을 떨어뜨리기 위해 대선에 나왔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사진 = 오마이뉴스 남소연 기자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당의 존립 여부는 권력을 잡은 쪽이 아니라 국민이 결정하는 것이다. 설령 국가에 위해(危害)를 가하는 범죄행위를 했다고 해도 그 판단은 궁극적으로 국민의 몫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헌법 제1조2항).

죄목도 이석기 내란 음모란다. 소꿉장난 수준의 얘기들을 모아 범죄 요건을 구성했다. 그것을 근거로 국회의원을 구속하고 그가 속한 정당을 해산해버렸다. 정치학자들은 이것을 두고 민주주의에 대한 테러 행위라고 말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북한에 대해 적대적인 인식, 노동자 계층에 대한 증오 의식 등 그는 공안검사로 명성을 떨쳤다. 이런 황교안이니까 가능한 진보 정당 해산이었다. 황교안은 이른바 통합진보당 위헌정당 해산사건의 청구인 법률상 대표자로 되어 있다. 이 사건을 위헌으로 이끈 장본인이라는 뜻이다.

이것도 당시 대통령 박근혜의 심기를 미리 헤아리고 처리한 사건이었다. 18대 대선 국면에서 통합진보당 대표 이정희의 도발적인 발언(당신을 떨어뜨리기 위해 대선 출마했다)이 새누리당 대표 박근혜를 역린(逆鱗)하게 해 그 보복으로 통합진보당을 해산시켰다는 것이다.

황교안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면 정권에 충성을 다 하는 사람이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이 아니었다. 국무총리를 거쳐 박근혜가 구속된 뒤 대통령 권한 대행이었을 때에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촛불 민심의 소용돌이 속에서 헌법재판소에서 박근혜 탄핵 인용 결정을 내렸다.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에 자중지란(自中之亂)이 일어났다. 박근혜 탄핵을 두고 찬반으로 나뉜 것이다. 그리고 지난 19대 대선에서 자유한국당이 패배한 데 이어 6.13 지자제 선거에서는 돌이키기 힘들 정도로 참패하고 말았다. 보수의 궤멸을 예측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

기존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따랐다. 이 틈바구니에서 혜성 같이 나타난 사람이 황교안이다. 황교안의 등장은 제1야당 자유한국당에 위기를 극복할 인물이 없다는 얘기와도 일맥상통한다. 정치 역량과는 관계없이 황에 대한 기대는 크게 둘로 갈라졌다.

하나는 반 문재인 전선에서 강경 투쟁을 주문했다. 또 다른 하나는 직접적 정치 경험이 없는 그가 합리적 보수 노선을 견지하며 민주주의의 성숙에 기여하기를 바랐다. 여기서 그는 전자를 선택했다. 태극기부대, 전광훈의 한기총, 영남의 지지층을 등에 업고 반 문재인, 반 통일, 반 서민의 길을 택했다.

나라는 시끄러웠고, 저급한 진영논리가 득세하며 황이 자한당 대표를 맡은 뒤 고질적인 지역주의는 더욱 기승을 부렸다. 이것을 즐기는 듯하다는 말이 돌았다. 그러나 확실한 건 황교안은 자기 지지 기반을 확실히 함으로써 일단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그의 1차적 목표는 제1야당 대표로서의 지도력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이명재 목사(본 신문 발행인, Ph. D)

보다 넓게 보자. 그는 우리 정치를 후퇴시킨 사람으로서의 오명을 벗어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많다. 민주주의 발전에 무임승차한 사람이 그것의 소중함을 알기 힘든 일인 것 같다. 황교안의 이런 뱃심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정치 초년생의 뱃심이 거치른 정치판에서 어디까지 이어질지 자못 궁금해진다.

발행인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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