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5월 23일) 한 세미나에 참석했습니다. 처음 참석이라 아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지역 언론 발행인 세미나란 이름의 모임이었습니다. 세상 흐름에 어둡지 않은 눈을 가진 지역신문의 대표들인지라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오고 갔습니다.

부흥강사로 널리 알려져 있는 장 모 목사의 발언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장 모 목사가 한 말을 두고 기독교 전체를 매도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차마 제가 목사라고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목사라는 것이 이렇게 창피한 적이 없었습니다.

앞뒤 자르고 장 목사가 한 말의 핵심은 이렇습니다. “우리나라 인구 5천 만, 북한 인구 2천 만. 우리가 북한 사람 한 사람씩 안고 죽으면 3천 만 명이 남고, 함께 죽은 2천 만 명은 애 낳으면 금방 회복된다.” 자기 교회 신자들은 다 동의한 내용이랍니다. 남과 북이 전쟁을 해도 승리는 우리의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시정잡배도 이런 말은 쉽게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목사라는 작자가 북한 주민 한 명씩 붙들고 죽자고 하다니요. 참으로 황당하기 짝이 없습니다. 가까이 지내는 한 목사님은 혼이 나간 듯 이게 될 말이냐며 울먹이며 전화를 해왔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런 발상과 언사는 기독교 스스로 배태해 온 것인지 모릅니다. 돈과 신자 수 그리고 웅장하고 화려한 예배당만 추구해 온 결과입니다. 무서운 것은 북한 사람 2천 만 명 동반자살론이 장 모 목사만의 생각이 아니라는 데 그 심각성이 있습니다.

우리 교계의 주류라고 하는 매머드 교회 목사들의 일반적 의식구조입니다. 3대 세습 김정은 체제는 욕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 사람 전체를 죽이자는 말은 어떻게 생긴 뇌를 가진 사람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것일까요. 참담하기 짝이 없습니다.

예수님은 죽은 자도 살리시는 분입니다. 예수님은 부활이십니다. 그분은 생명이십니다.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무릇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니"(요 11:25-26). 예수님이 하신 말씀입니다.

아무리 미워도 죽이고자 하는 마음은 정녕 악한 마음입니다. 남한의 한 사람이 북한 사람 하나씩을 안고 죽자는 것은 아랍의 자살 테러범들의 소행과 하등 다를 바 없는 악의 발현입니다. 적그리스도의 마음입니다. 목사의 마음일 수 없습니다.

이런 생각이 위로가 될까요. 악한 마음으로 험한 말을 쏟아내는 목사들이 잘못이지 예수님 잘못이 아니라구요.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왜곡된 목사들을 통해서 예수님을 그려봅니다. 그들이 똥칠한 예수님의 상을 재미있다며 쳐다보고 있습니다.

예수님이 살아서 이 땅에 오신다면 장 모 목사처럼 북한 사람 한 사람씩 껴안고 같이 죽으라고 하실까요? 정말일까요. 생각하기조차 경망해서 죄스럽습니다. 주여, 잠시잠깐이나마 이런 잡상(雜想)에 젖었던 저를 용서하시옵소서. 

저런 자들이 부흥사입네 하며 방방곡곡을 휘젓고 다녔습니다. 선량한 사람들의 영혼을 흐트러뜨렸습니다. 저들은 복음을 전한 게 아니라 허황된 말을 전파했고, 사랑을 전하고 다닌 게 아니라 악의 씨를 뿌리고 다녔습니다. 지나친 말일까요?

이명재 목사(본 신문 발행인, Ph. D)

기독교의 생명이 다 되었다는 절망의 한숨들이 전국에 진동하고 있습니다. 이런 추세로 가다간 오래지 않아 기독교가 종말을 고할지 모른다고 염려하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당신이 진정 살아 계신다면 영혼 없는 저들을 바로 서게 해 주옵소서.

이명재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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