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방식도 변한다. 종이에 필기도구가 오랜 기간 쓰기의 왕자로 자리잡고 있었다. 영원할 줄 알았다. 그러나 과학의 발달은 필기도구를 밀어내고 말았다. 과학은 사람의 생각을 벗어나 영역을 무한대로 확대하고 있다. 앞으로 또 어떻게 진화할지 모른다.

나는 원고지 위에 글쓰기를 했다. 중고등학교 작문 시간에 200자 원고지를 주로 이용했고, 백일장에 나갔을 때에도 이 원고지가 제공되어 그 위에 글자를 채워갔다.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다가 겨우 완결 지에 작품을 낸 기억이 생생하다. 지금 생각하면 낭만적 글쓰기이다.

대학을 졸업하면서 논문을 쓸 때에도 원고지를 고집했다. 돌이켜보면 그 당시 글쓰기를 채점하기 용이하기로 원고지 외에는 없었다. 첫 작문 시간에 원고지 쓰는 법을 배우는 것은 필수였다. 정사각형 200개로 이루어진 원고지는 우리나라와 일본 외에는 쓰는 나라가 없다.

원고지에 쓰던 방식이 바뀌기 시작한 것이 1980년대 중반쯤으로 기억된다. 컴퓨터에 깔려 있는 '한글' 워드가 필기도구를 밀어내기 시작했다. 필기시대와 생명을 함께 하던 타자기도 자연스럽게 내리막길을 걸어야 했다. PC의 전성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인간은 자기 편리한 대로 머리가 발전하게 마련이다. PC는 모든 것을 편리하게 했다. 글쓰기도 얼마나 편한지 모른다. PC와 손가락만 있으면 되니까. PC 시대를 거쳐 지금은 스마트폰 시대다. 그 기기 하나면 만사 OK이다. 생각이 금세 글로 정리된다.

필기도구로부터 해방되었을 뿐 아니라 시간과 장소도 아주 자유롭다. 언제 어디서든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어디를 가는 중에 글을 쓸 수도 있고 약속 장소에 앉아 사람을 기다리면서도 쓸 수 있게도 되었다. 글의 초스피드 사회가 도래한 것이다.

요즘 내가 쓰는 가벼운 글들의 대부분은 이런 시간을 활용해 만들어 내는 것들이다. 스마트폰에 초고를 쓴 뒤 그것을 PC로 옮겨 교정을 본다. 폰에 급하게 쓰다 보니 수정할 것들이 많이 눈에 띈다. 보다 자세히 밝히면 다음과 같다.

“스마트폰 글쓰기 개인 밴드⟶네이버 개인 블로그⟶복사해사 '아래한글'로 옮김⟶퇴고⟶SNS 또는 신문에 게재”

PC '아래한글'에는 글을 교정해 주는 도구가 있어서 철자와 띄어쓰기, 문장 부호 등까지 밑줄로 표시를 해 주기 때문에 그것에 따라 고치면 된다. 한국어 맞춤법/문법 검사기는 글을 거의 완벽하게 만들어 준다. 글쓰기 환경이 무척 좋아졌다고 할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단어의 중복을 피하고, 장문이 아닌 단문을 선호한다. 나의 경우 문단의 균형도 맞추려고 노력한다. 포스트모던의 영향으로 짧은 것을 좋아하는 추세여서 논문 이외의 글은 문단도 짧게 구성한다. 칼럼의 경우 보통 4개 또는 5개의 문장으로 한 문단을 만든다.

이명재 목사(본 신문 발행인, Ph. D)

글의 내용성에 더해 형식성 즉 틀도 어느 정도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다. 글을 쓰다가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스마트폰에서 바로 찾아 보완할 수 있다. 한 편의 글을 어렵지 않게 완성한다. 이렇게 해서 다작(多作)도 가능하게 되었다. 누구에게나 가능한 일이다.

이명재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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