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시평 - 상지대와 홍준표

‘상지대와 홍준표’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 조합이다. 상지대는 김문기 족벌 사학에서 풀려나 지금은 민주적 사학이 된 곳이다. 홍준표는 자한당 대표를 지내고 또 19대 대선 때 그 당의 후보였다. 자칭 보수의 아이콘이라고 했다.

지금 상지대 총장을 맡고 있는 사람은 정대화 교수다. 그는 진보진영 이론가의 한 사람이다. 김문기 재단에 이의를 제기했다가 해직되어 오랜 기간 투쟁한 이력을 갖고 있다. 과거 민주화운동에 참여하여 한 몫을 하기도 했다.

학생들도 상지대 재단 비리를 지적하며 단결된 힘으로 학교 민주화를 쟁취했다. 김문기 족벌 재단을 몰아냈다. 교수-학생이 하나 되어 얻은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대학에서 홍준표 전 대표를 특강 강사로 초청한 것이다.

학교 측과 홍 전 대표의 이해가 맞아 떨어져 성사된 특강일 것이다. 그러나 이 일을 의미 있게 생각하게 된 것은 사회통합의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진영 논리에 갇혀 갈가리 찢겨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5.18 기념식에서 제1야당 대표가 대통령 부인과 악수를 못했다고 해서 그 당 대변인이 '패싱' 운운하며 떠들어 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정치권에서 국론 분열을 부추기다 보니 말 같잖은 가짜 뉴스들이 판을 치고 있다.

같은 것을 찾아 함께 하고자 하는 마음은 전혀 없다. 다름의 가치에서 우위를 뺏기지 않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그야말로 사생결단이다. 모두 사즉생(死即生)의 자세다. 외국에서 우리나라를 두고 천민 민주주의라며 비하하는 것도 틀린 말이 아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8일 ‘자유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주제로 상지대 본관5층 대강당에서 특강을 했다. ⓒ상지대

이런 분위기에서 민주화된 상지대가 보수 정치인 홍준표를 강사로 초청했다. 초청한 측도 그렇고 홍준표 전 대표도 기대 이상이다. 여기엔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진영간 대화의 필요성을 제기한 점이 의미롭다.

세상은 감정으로 재단되지 않는다. 기분으로 좌우되지 않는다. 감정과 기분으로야 상대 진영을 궤멸시키고 우리 진영만의 사회를 만들면 얼마나 좋겠는가. ‘우리들만의 축제!’ 얼마나 달콤한 이야기인가. 그러나 그건 불가능하다.

역사가 그것을 증명한다. 보수와 진보라는 말은 근대 시민혁명의 산물이라고 하지만 이런 진영은 이름을 달리 할뿐 그 이전부터 상존해왔다. 역사의 두 수레바퀴가 되어 사회를 이끌어 왔다. 유구한 역사 속에서 한쪽이 완전히 사라진 적이 없다.

정상 궤도를 이탈해 천방지축 날뛰는 극단의 사람들은 그렇다 치자. 건전한 보수와 진실한 진보는 함께 가야 한다. 손을 맞잡아야 한다. 국가와 민족의 발전을 위해 머리를 맞대어야 한다. 지금은 21세기, 국제적으로 경쟁이 치열하다.

상지대의 홍준표 초청 특강은 이런 점에서 우리에게 신선하게 다가온다. 정대화 총장의 말에 의하면 여러 초청 인사 중 홍 전 대표가 포함되었을 뿐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했다. 진보 보수를 망라해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내부의 적이 더 무섭다는 말이 있다. 세계사가 이것을 증명한다. 외침(外侵)으로 멸망한 나라보다 내부의 분열과 갈등으로 무너진 나라가 훨씬 많다. 대표적인 게 천국왕국을 구가하던 로마제국 아닌가. 지금 싸우고만 있을 때가 아니다.

국민들도 깨어 있어야 한다. 진영논리에 휘둘려 값없이 몰려다닐 일이 아니다. 창피한 줄 알아야 한다. 나라와 국민 전체를 위해 냉정하게 생각하고 이성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아스팔트를 누비는 게 애국이 아니다.

상지대 총장은 정대화 교수, 이사장은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이다. 나라가 독재에 신음할 때 일신의 안일을 마다하고 민주화를 외친 사람들이다. 해직의 아픔들도 겪었다. 그 때 소(少, 정대화)-장(壯, 이만열)이었던 교수들이 장(壯)-노(老)가 되어 있다.

이명재 목사(본 신문 발행인, Ph. D)

생각을 달리 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런 의미 있는 일들이 확산되면 좋겠다. 사회 각 영역으로 번져 '다름'을 좇는 것이 아니라 '같음'을 찾는 우리들이 되기를 바란다. 찾다보면 같은 게 의외로 많음을 확인하고 놀라게 될 것이다.

발행인 lmj228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