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냄새 풍기며 마음 속에 품고 있던 일을 결행하다

지난 5월 5-6일 '연휴를 이용해 방문한 곳들'  즉 순례기는 5회로 마무리하는 것이 옳았다. 우리의 여정은 대천 성광교회를 시작으로 함평 김철기념관으로 막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굳이 6회째 연재 글을 생각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여행은 공간과의 만남으로 쉽게 생각하지만 사람과의 만남이 어느 면에서는 의미가 더 크다. 사람을 통해서 방문한 장소에 관하여 더 깊은 지식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빠지면 여행의 묘미는 반감되고 만다.

먼저 함께 여행길에 오른 사람들에 대해 몇 자 적어야 하겠다. 일행은 모두 여섯 명이었다. 박영복 목사 부부, 이상욱 목사 부부  그리고 우리 부부이다. 이렇게 적어 두면 남녀 차별이라고 항의가 들어올 것 같다.

부부의 연(緣)을 확실히 맺어 놓자. 박영복-박희숙(두 분 다 목사이다), 이상욱-지선희(이상욱 목사 사모님은 열 몫의 목회를 감당하고 있다), 이명재-박성숙(두 사람 다 목사이다). 두루뭉술 엮어서 그렇지 각자 개성이 강한 부부요 사람들이다.

아니다. 공통점이 분명히 있다. 예수의 바른 제자가 되고 싶어 하는 것, 내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의 것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 따라서 늘 소외계층에 눈을 떼지 않고 작은 것도 나누려는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 등.

대천 성광교회 그리고 천사의 섬 신안

여기에 신안군 일대를 방문지로 삼은 것은 최장원 목사로 인해서다. 넉넉한 목회 마인드를 가지고 있지만 신안의 자은도에 갇혀 채 펴보지도 못하는 것 같아 내심 안타깝게 생각들을 한다. 허나 본인은 그런데 거의 개의치 않는다.

뭍에서 자은도까지 배로 드나들 때는 마음의 거리는 현실보다 훨씬 멀게 느껴졌다. 그 탓일까. 한 번 간다 간다 하면서도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올 4월 천사대교가 개통되어 차를 끌고 갈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더도 덜도 미룰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대체 공휴일이 끼어 있는 연휴를 이용해 남도 원행(遠行)을 감행한 것이다. 악동들이 의기투합해 재를 저지르는 심정과도 같았다. 일행 중 박영복 목사님은 하반신 마비 증세로 휠췌어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대천 성광교회 강주영 목사를 먼저 소개해야겠다. 나와 이상욱 목사에 비하면 늦은 나이가 아니지만 강 목사도 평균에 비해 10 여 년 늦게 신대원(M. Div)에 들어왔다. 만학이 동병상련이 되어 호형호제로 지냈다.

법대를 나와 한때 사시 합격을 꿈꾸며 머리를 싸매고 공부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가 갈 길이 아니라며 중도 포기하고 직장을 다녔다. 함께 M. Div 과정 공부를 하면서 시종여일한 모습을 눈여겨보았었다.

그는 농촌목회도 해 보았고 또 도회지 큰 교회 부목사로 사역하며 목회 경험을 쌓았다. 그런 성실성과 신실함을 보시고 하나님께서 그를 지금의 교회로 인도하셨다. 중소도시 보령에 위치한 탄탄한 교회를 잘 이끌어가고 있다.

자은 신광교회 최장원 목사와의 인연

자은 신광교회 최장원 목사도 잠깐 소개해야겠다. 나는 최장원 목사보다 부친 최동규 목사님을 먼저 알았다. 농촌목회를 하면서 한국농선회 멤버로 활동하던 중 그곳에 참석하며 사랑을 베푸시는 최 목사님을 만나게 된 것이다.

최장원 목사는 요즘 보기 드문 목회자이다. 모두가 자본주의의 충실한 신봉자로 성도 수와 재정 늘리기에 여념이 없을 때, 그는 진정 예수님의 뜻이 무엇인지 늘 기도했다. 그 뜻을 받드는 것이 참 목회란 생각을 갖고 있다.

사회를 보는 눈도 예리하다. 옳고 그름을 분명히 가린다. 하나님의 공의가 무엇인지 늘 묻는다. 시각을 보다 높게 또 넓게 바라보는 그를 아끼는 선배들이 많다. 그런 선배 못지않게 따르는 후배들이 훨씬 더 많다. 뿌린 대로 거둔다지만 그는 정말 인복(人福)이 많은 사람이다.

문준경전도사순교기념관 김헌곤 관장

세 번째 소개할 분은 문준경전도사기념관 관장을 맡고 있는 김헌곤 목사이다. 김 목사님에 대해 5회 연재기에서 소개한 바 있다. 그는 문준경기념관의 초대 관장을 맡았다. 2013년 개관했으니 6년째 일하고 있는 중이다.

그는 관장이 앉아 있는 자리가 아니라 끊임없이 움직이는 자리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방문객들에게 일일이 안내를 한다. 안내를 하면서 짬이 날 때는 우렁찬 찬양으로 분위기를 북돋운다. 그의 찬양은 전문가 급이다.

역사관(歷史觀)이 뚜렷한 그는 문준경 전도사를 학문적으로 체계화하는 데에도 열심이다. 관련 책자 출판뿐 아니라 순교세미나도 계속 개최하고 있다. 우리 일행이 갔을 때도 김 관장님은 정성껏 안내했다. 우리뿐이겠는가.

김철수 박사‧구장회 목사와의 상봉

함평 김철기념관은 최장원 목사가 강력 추천한 곳이다. 그곳 방문기는 지난 회(5회) 때 비교적 자세하게 소개했다. 다만 그곳 방문 중에 만난 두 분에 대해 설명이 따라야겠다. 김철수 박사와 구장회 목사님이 그들이다.

두 분과 조우하게 된 것은 김철기념관에서다. 상해임시정부 청사 조형관 구경을 마치고 김철기념관을 둘러보던 중 해박한 지식으로 독립운동가 김철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던 분이 김철수 박사이다. 김철을 발굴하다시피한 장본인이다.

그가 함평문화원장으로 있을 때 김철 관련 자료를 모아 기념관 설립의 주춧돌을 놓았다고 한다. 그는 김철 전기를 출간하기도 했다. 초면이어서 인사를 나누고 헤어지려는데 급히 자동차에 가서 책 두 권을 선물로 가져왔다.

『오메, 징한 거!』, 『크리스찬문학』(77)이 그 책이다. 그새 "이명재 목사님 혜존 / 2019. 5. 7 / 저자 김철수 박사"란 서증(書贈)까지 써 넣어 선물로 주었다. 그는 크리스찬문학 발행인으로 지금까지 400 여 명의 문인을 발굴 등단시켰다고 한다.

구장회 목사님은 교계 문필가로 널리 알려져 있는 분이다. 지금은 오랜 기간 목회를 한 청주 내덕교회를 은퇴하고 교단 어른으로서 제2의 목회 길을 걷고 있다. 지금까지 목회칼럼집과 수필집 등 30권이 넘는 책을 펴냈다.

기념관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이틀 뒤, 구 목사님이 저서 두 권을 우편으로 보내주었다. 한 권은 목회칼럼집 <원위치로 돌아가라>이고 다른 한 권은 <순국선열, 순교자 구연영 목사(義士)>이다. 순교자 구연영 의사는 구 목사님의 조부(祖父)가 되시는 분이다.

글을 마무리하며…

여행을 공간과 사람을 만나는 일이라고 정의했다. 6회에 걸쳐 연재된 나의 순례기를 읽은 독자라면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여기서 말하는 공간과 사람은 별개가 아니다. 그 장소(공간)에서 그곳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어린이날이 낀 연휴를 이용해 반도 서남부를 돌면서 나눈 대화들을 오래 간직할 것이다. 또 그때 맺은 인연들을 소중하게 기억할 것이다. 유무형으로 도움을 준 분들에게도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또 다음의 여행을 기대하면서... (終)

이명재  lmj2284@hanmail.net

이명재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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