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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놈일기(57) - 우유배달
정윤영 | 승인 2019.05.15 18:47

돈을 많이 벌어야겠는데 
어떻게 해야 돈을 벌 수 있나. 
목장을 하려면 젖소 살 돈이 절대 필요한데 
이 쥐꼬리 월급 일 년을 모아야 
송아지 한 마리밖에 못 사니 이 길은 안 되겠고... .

신문 광고를 살핀다. 
눈이 번쩍 뜨이는 광고. 
우유배달원 모집. 
보증금 얼마 내면 월수 송아지 한 마리 값. 
와~~, 이거다. 

그 동안 몇 년 모은 거면 보증금은 되고 
새벽같이 일어나 몇 시간만 하면 
시간도 많아 공부도 잘할 수 있고 
거기다 수입도 매달 송아지 한 마리씩 번다. 
우와~, 신난다. 

다시 생각하라는 사장 형님의 말림에도 
이 다음 목장을 이루기 위한 길이라며 고집을 꺾지 않고 
고무줄공장을 그만두고는 
유유배달원이 되기로 작심을 했다. 

신촌지역이고 자전거도 잘 타고 
일찍 일어나는 일쯤이야 식은 죽 먹기겠다. 
의심도 없이 몇 년 모은 돈 몽땅 내고 계약을 했다. 
이튿날부터 통금이 해제되면 
보급소로 달려가 우유를 받아 배달을 시작했다. 

골목골목 왜 그리 비탈길인지. 
그래도 이까짓 것쯤이야. 
아직은 새벽 봄날이 춥기도 하지만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뛰었다. 

조금은 이상도 하고... .
서울우유라고 하더니 서울양유다. 
처음 거래처 500군데 외판원이 알선해줬는데 
자꾸만 줄어들고... .

 

보름에 우유 대금 수금을 나가는데 
반도 안 걷힌다. 
줄어드는 거래처도 돈으로 환산해 보증금에서 제하고 
우유대 미수금도 제하고... .

돈을 벌기는 커녕, 
보증금 따먹기 위한 사기꾼들의 교묘한 수법에 
속고 만 것을 두어 달이 지나고야 눈치를 챘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당하고 
울며 떠나들 갔단다. 

모두가 고소도 하고 했지만 
교묘한 계약서로 인해 구제도 받지 못한 채 
다섯 달을 버티고서야 몇 년간 고생해 모은 돈을 
모두 날려버렸다. 

아~, 어떻게 모은 돈인데... .
너무나 분하다.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죽어라 고생만 하고 
세상에 거머리 같은 인간들에게 속아 
밤새워 몇 년간 벌은 돈을 모두 날리고 말다니... .
너무나 기가 막히다. 

공부도 하고, 출세도 하고, 
그리운 영숙이도 만나려 서울로 도망을 왔건만 
이룬 건 아무것도 없이 고생만 죽도록 하고 
빈털털이가 되어 고향으로 돌아와야 했다.

* 여기 연재하는 이 글은 제 친구의 아주 오래 된 옛날 일기입니다. 1954년생, 진짜 촌놈이 경험한 1960년대 무렵의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인데, 책을 출판하기에 앞서 독자 여러분들에게 소개하는 것입니다. 제 글이 아닙니다(정윤영 주).

정윤영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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