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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작가 문홍연의 # 일상 - 청암사에서... .
문홍연 | 승인 2019.05.12 20:39

#일상
청암사에서... .

햇살이 참 맑습니다. 오늘은 "부처님 오신 날"이지요... ㅎ저는 불교신자도 아니면서 습관처럼 길을 나섰습니다.

청암승가대학의 강원(講院)인 육화료에 
앉아서 큰 스님의 법문을 듣습니다.
바르게 살라시는 말씀은 연신 귓가에 들려오는데, 60살을 넘긴 아직까지도 귀가 순해지지(耳順)를 못했습니다. 귀에 거슬리고 눈에 거슬리는 일들이 여전히 많기만 합니다. 수양이 많이 부족한 소인배라서 그렇겠지요?

올해도 늘 하던 대로 연등을 달았더니 '청암'이란 월간지도 한권 주시네요. 설법을 들으며 책장을 넘기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멋진 시가 잡지 속에 숨어 있었습니다. 한번 옮겨 보겠습니다.

               정화(庭花)
                         詩/편양 언기스님

비 온 뒤 뜰의 꽃 밤새도록 피어나
그 향기 스며들어 새벽 창이 새롭네
꽃은 뜻이 있어 사람 보고 웃건만
사람들 이를 모르고 봄만 보내고 있네

나이를 이만큼 먹도록 꽃이 사람을 보고 
웃는 뜻을 모르고 살았습니다. 얼마만큼 나이가 들면 뜻을 알 수가 있을까요?

올해도 변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옛 속담에 염불보다는 잿밥에 마음이 
가 있다더니 법문은 듣는 둥 마는 둥 
점심 공양시간만 줄을 서서 기다립니다.

많은 사람들은 김천하면...직지사를 떠올립니다. 근데  그 이름을 듣고 나면 고개를 끄덕이는 절집이 이 곳입니다. 
맑은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이 곳을 한번이라도 다녀가신 분들은 다시 또 
찾게 되는 그런 절이 청암사입니다. 
비구니 스님만 계셔서 왠지 모를 비밀스러운 느낌이 들어서 그럴까요?

청암사는 인현왕후와는 떼어놓을래야 떼어 놓을 수가 없는 절집입니다.
조선 숙종 때 장희빈의 간계로 궁궐에서 쫓겨나 서인으로 강등된 인현왕후가 수년간 몸을 의탁했던 절집이니까요. 

청암사는 지금도 교통이 불편한 깊은 산중에 있는 절이지만, 그 당시는 오죽했을까요? 그러니 인현왕후는 
절에서 먹고 자고 기도만 했을 테구요.

대웅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극락전이 있는데 이 건물이 바로 궁궐에서 쫓겨난 인현왕후가 기거했던 곳이랍니다. 옛날 양반가 한옥의 형태로 극락전을 지은 건 왕후를 배려하기 위한 것이었겠지요

그리고 그 당시에 폐위당한 인현왕후를 만나러 궁중의 상궁들이 주위의 눈을 피해서 청암사를 많이 드나들었다네요. 상궁들은 절에 올 때마다 시주를 했을 테구요. 일설에는 퇴락한 극락전 중창 과정에서 나왔다는 시주록 명단에 26명이나 되는 궁중 상궁의 이름이 나왔다고 합니다.

절 입구를 지나다 왼편의 바위를 보면 음각된 최송설당(崔松雪堂)이란 글자가 보입니다. 조선 말기의 상궁이었다고 합니다. 김천 출신인 그 분은 빈민구제 사업에다, 독립운동 자금을 대기도 했던 여걸이었다고 합니다. 그 분이 말년에 
전 재산을 바쳐 학교를 지었는데, 그 학교 이름이 지금의 김천중‧고입니다.
김천지역 최고의 명문학교입니다. 

이 곳 청암사에도 시주를 많이 했던지 
절 입구의 바위에다 대문짝만하게 이름을 새겨 놓았군요. 요즘 같으면
자연훼손 행위라고 바로 고발되겠지요?

세월이 변했을까요? 아님 지금이 불경기라는 방증(傍證)일까요?
절을 찾는 신자도 여전하고, 길에는 차들로 빽빽한데 법당 앞에 걸린 연등은
매년 줄어서 허전하기만 합니다.

저는 오늘도 작은 것 하나라도 깨치려고 절집을 찾았지만, 다른 경지에 오르기는 요원하기만 합니다. 설령 그 무엇을 깨쳤다 해도 청암사 산문(山門)을 나서는 순간 깨끗이 잊을 것 같기도 합니다.

다시 산문(山門)을 나서 집으로 갑니다.

문홍연  gcilbonews@daum.net

문홍연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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