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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기] 연휴를 이용해 방문한 곳들(2)-자은도를 울린 한밤중의 기도소리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철학박사)
이명재 | 승인 2019.05.10 08:06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2,3년은 된 것 같습니다. 최장원 목사가 시무하고 있는 자은 신광교회를 방문하자는 말이 나온 것이. 목회 지역도 다르고 개성도 각기 독특해 공통분모라곤 거의 없을 것 같은데 이상하게 잘들 통했습니다.

굳이 찾아보자면 자본주의 논리에 예속된 교회를 탈피해보고자 애쓰는 점이라고나 할까요. 개인에게서 출발해 개 교회, 교단 나아가 교계에 대한 우려의 마음들을 갖고 있었습니다. 서울(박영복 목사), 경인(이상욱 목사), 영남(이명재 목사), 호남(최장원 목사). 이 정도면 엉성하게나마 전국을 포괄하고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호남의 넓은 평야는 한반도의 젖줄과도 같았습니다. 이 지역에서 나오는 곡물은 대대로 우리 먹거리에 큰 몫을 담당했습니다. 한민족을 경제적으로 억압하기 위해 일제는 호남의 농산물을 수탈해 일본으로 가져갔었지요. 아픔의 땅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상념에 빠져 있는 사이 신안군에 진입하고 있다는 간판이 보였습니다. 산과 들 그리고 바다의 조화가 눈의 피로감조차 덜어 주는 것 같았습니다. 한참 여물어가는 논의 보리도 정말 오래간만에 보는 장면입니다. 잠깐 차를 세우고 보리밭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박영복 목사님 부부는 이미 도착했다는 문자가 왔습니다. 분계해변을 네비에 찍고 오라고 했습니다. 그곳 펜션에서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돼지 생고기와 삼겹살이 주 메뉴라고 했습니다. 된장국에 돼지 불고기, 거기에 형형색색의 신토불이 야채 나물들까지... .

신안군 자은면 자연휴양림 투어에 나섰습니다. 선셋(sun set) 정원에 올라 꼬리만 남아 있는 일몰(日沒)을 구경했습니다. 십자가 길(cross road)에서 예수님의 고난을 잠시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오토 캠핑장을 지나 물구나무 서 있는 형상의 여인송(女人松)에서는 한 많은 여인의 비애를 생각했습니다.

자연휴양림에서의 일정을 끝내고 자은 신광교회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최 목사가 이곳에 온지는 15년이 지났고, 교회는 38년이 되었다고 합니다. 면 소재지도 아닌 리(里)에 있는 교회가 100 여 석의 좌석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탄탄한 농어촌교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린 교회의 현황을 전해 듣고 궁금한 것들을 질문했습니다. 성도들의 생업은 농사인가 어로인가? 천사대교가 개통되면 자은도의 경제적 이득은? 또 교회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하는가? 아름다운 자은도의 향후 관광객 전망은? 최 목사의 상세한 설명이 따랐습니다.

우리는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밤중에 자은도를 깨우는 기도입니다. 일어나서 손에 손을 맞잡고 돌아가면서 소망을 아뢰었습니다. 간절한 기도는 흐느낌으로 강한 호소로 분출되었습니다. 점점 어려워지는 농어촌교회는 하나님의 보호하심이 더 절실합니다. 어느새 시각이 밤 10시가 되어 있었습니다.

자은신광교회 이 사모님이 과일과 차를 내왔습니다. 자은도 땅콩은 아주 고소하더군요. 하루 묵을 문준경순교기념관까지 거리와 소요 시간을 알아보기 위해 네비를 쳐봤습니다. 거리 18km, 걸리는 시간 2시간 6분.  가끔 술 취한 네비의 현상을 보는데 이런 경우라고 가볍게 생각했습니다.

18km의 거리, 빨리 달리면 15분, 기어가도 그 배인 30분이면 충분합니다. 그런데 2시간이 넘게 걸린다니! 최장원 목사가 신안군 지도를 가지고 와서 설명해 줍니다. 18km는 최단거리의 바닷길, 소요 시간은 자동차로 가야하는 육지 길. 지도를 보니 원형의 끝과 끝이 맞닿아 있는 듯했습니다.

내일(5월 7일)  기념관에서 만나기로 하고 신광교회를 나왔습니다. 사모님은 신안의 특산물이라며 소금을 한 상자씩 차에 실어 주었습니다. 귀한 선물입니다. 하늘에 수놓인 별들이 총총히 빛을 발하고 있었습니다. 천사대교의 야경이 볼만 하다고 알려주었습니다. 천국으로 향하는 다리처럼 하늘로 올라가는 기분이었습니다.

자정이 넘어 문준경순교기념관에 도착했습니다. 생활관 104호, 105호 방이 따끈따끈 데워져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마치 고향의 구둘방에 온 느낌입니다. 사람들의 온기도 더불어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계속 이어짐).

이명재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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