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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풀을 뽑으면서정윤영(정가네동산 대표, 광기리 이장)
정윤영 | 승인 2019.05.08 07:33

시골에 살면 뭐가 좋으냐고 묻습니다.

답은 간단합니다. 늘 자연 가까이 있으니 마음이 편하다고 말하지요. 온갖 생명들이 살고 있는 삶터 가까이 살고 있으니까요. 맑은 햇볕을 쬐고 부드러운 흙을 만지며, 자연의 일부가 되어 자연스럽게 사는 거지요.

그럼 무엇이 제일 힘드냐고 묻습니다. 풀과 싸우는 게 제일 힘들다고 말합니다. 만약이지만 풀만 없다면 시골살이가 정말 더할 수 없이 낭만적입니다. 잔디밭과 동산의 풀은 잔디깎이와 예초기로 1년에 너댓 번 베면 됩니다. 힘이 들지만 할 만합니다.

문제는 꽃밭에 있는 화초 사이의 풀들입니다. 똑같은 식물인데 사람의 마음에 드는 녀석은 풀꽃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풀, 그것도 잡초입니다. 윤구병 선생님께서 잡초는 없다, 자연에는 쓰레기가 없다고 하셨는데... .

저는 아직 자연인이라 할 수 없는 사람이다 보니 내 마음에 들지 않는 녀석은 어쨌든 잡초입니다. 잡초로 불리는 녀석의 입장에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지만 어쩔 수가 없습니다.

꽃밭에 돋아나는 잡초는 정말 성가십니다. 맨손이나 호미, 또는 낫같이 생긴 도구들로 풀을 뽑지만 애써 심은 꽃이 다치지 않게 솎아내자면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한참 풀을 뽑고 나면 손가락이 곱아서 뻣뻣해집니다. 농민들이 들으면 욕하시겠지만 꽃밭을 관리하는 것도 농사 못잖게 힘든 일입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한 것은 잡초들도 사람이 좋아하는 풀꽃을 아는 것 같다는 겁니다. 가만히 살펴보면 비슷하게 생긴 다른 풀 속에 섞여 자랍니다.

땅콩 밭에는 유난히 쇠비름이 많습니다. 땅콩 잎이 쇠비름의 잎과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이지요. 쇠비름이 섞여 자라는 줄도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서야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샤스타데이지 꽃밭에는 개망초가, 낮달맞이 꽃밭에는 선개불알풀이 한데 섞여 자라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더 신기한 건 처음 자랄 때는 키조차 아주 비슷하게 자란다는 겁니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은 식물의 생존전략이지요.

그래서 풀을, 잡초를 뽑아내면서 ‘미안하다. 너희들도 살려고 나온 녀석들인데 정말 미안하다’하고 혼자서 중얼거릴 때가 더러 있습니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풀들이 마구 자라는 계절이 되었습니다. 풀과의 전쟁이 시작된 겁니다. 어제 마당의 잔디를 처음으로 깎았습니다.

봄에 돋는 풀들은 채 열매를 맺어 떨어지기 전에 베어야 합니다. 그냥 두면 내년에는 엄청나게 더 많은 잡초가 올라올 테니까요. 잡초의 생존전략은 인해전술이거든요.

아카시나무 꽃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아카시나무 꽃이 피면 참깨를 심어야 합니다.

정윤영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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