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요소는 많다. 독서를 드는 사람도 있고 여행을 말하는 이들도 있다. 책을 앍고 여행을 하면서 의미를 깊이 생각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 때 효과가 배가 된다. 사물과 현상을 이해하고 적용하는 데에도 이 과정은 필수이다.

가령 여기 볼펜(사물)이 한 자루 있다고 하자. 단순하게 본다면 필기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한 문장밖에 나올 게 없다. ‘이것은 볼펜이다.’ 여기에 수식어가 붙어봤자 붉은, 또는 검은 색의 볼펜 정도로밖에 문장이 확장되지 않는다.

그러나 관찰하고 상상할 땐 이 볼펜 한 자루에서 많은 소재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 소재는 결국 상상이 좌우한다. 상상의 양만큼 글감이 풍성해진다. 상상도 1차 2차 3차 등으로 연장시킬 수 있다. 관찰과 상상이 결합하면 시너지 효과나 나타난다.

볼펜은 파란 색이다. 내가 좋아하는 색이다. 검은색과 붉은 색 볼펜도 있건만 유독 파란색 볼펜을 좋아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이유를 글로 쓰면 상상을 한 단계 상승시킨 게 된다. 이 파란 색 볼펜으로 학교에서 필기를 했고, 또 주어진 숙제를 즐겁게 했다.

이 볼펜으로 존경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써서 보냈다. 젊은 시절, 젊음의 색깔로 써서 보낸 편지를 받아 읽고 덩달아 젊어진 것 같다며 스승은 답장을 주셨지. 파란 색으로 쓴 짧은 편지 글로 사랑하는 여인의 마음을 녹였고 결혼까지 이어졌다는 것 등등... .

다른 예를 하나 더 들어보자. 나의 자동차 번호판은 녹색 바탕에 흰 글씨로 되어 있다. 가로가 세로보다 더 긴 직사각형이다. 번호는 '05마 4191'이다. 그린은 청춘을 상징하는 색이다. ‘05’를 가지고 신록의 계절 어느 5월을 꺼집어 내어, 있었던 훈훈한 일을 기록할 수 있을 것이다. 

균형 잃은 긴 직사각형은 도(道)에서 시공하는 도로공사로 인해 가운데가 싹둑 잘린 시골 논 모양을 연상할 수 있다. 어렵게 장만한 논이었는데 도로공사로 인해 반신불수의 몸 같이 되었다. 보상도 예상한 것보다 많이 모자라 노부모가 무척 애를 끓이셨다.

숫자 4191에 연결해서도 다양한 상상을 펼칠 수 있다. 419란  숫자에서 언뜻 생각나는 것은 4.19혁명이다. 그 혁명으로 제1공화국이 막을 내리게 되었다(마지막 숫자1). 4.19는 우리나라 민주주의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이다. 민주주의는 혁명의 열매이다 등등... .

관찰과 상상 그리고 상상 잇기가 뛰어난 사람이 글을 잘 쓸 수 있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 이런 사람에겐 어떤 소재가 주어지든 막힘이 없다. 사물뿐이 아니다. 모든 시공간과 현상, 사건이 다 포함된다. 글쓰기에 자유롭다는 것은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장소를 하나 더 예로 들어보자. '해수욕장'이 글제로 주어졌다. 쓸 것들이 켜켜히 쌓여 있다. 넓은 바다에 대해 그리고 바닷가 주변부에 대해 각각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주변부의 처지에 많은 사람들에게 시원한 여름을 제공하는 데 대해 감사한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

이것뿐 아니다. 물에 대한 무서움-어린 시절 멱을 감다 당한 위험스러웠던 상황을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 연상을 한 단계 상승시킨다면 그런 시골 시내지만 아름다운 분지 고을을 관통하며 젖줄 역할을 한 것에 대한 고마움 등도 재미있게 기술할 수 있다.

이명재 목사(본 신문 발행인, 철학박사)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은 관찰과 상상에 능해야 한다. 소재가 제시되면 그것을 면밀히 관찰하고 그 위에서 자유자재로 노닐 수 있어야 한다. 거기에 글쓰기 기법을 조금만 가미한다면 좋은 글이 나올 수 있다. 글은 누구에게나 잘 쓸 수 있는 문을 활짝 열고 있는 셈이다.

이명재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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