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먹 빤쓰만 입고는 동기는 횃불을 들고 나는 족대로 잠든 물고기를 잡고 창수는 다래끼 메고 다니고... . 신이 난다. 

커다란 쏘가리도 잡고 꺽지, 모래무지, 참마자, 동자개, 꾸구리도 잡고 징게미, 퉁사, 메기도 잡느라 밤도 깊은 줄 모르고 개울 물길을 따라 올라왔다. 

"첨벙!" 물 위에 돌이 떨어진다. 깜짝 놀라 주위를 살피니 아뿔싸~, 고기 잡는 데 정신이 팔려 
공동묘지가 있는 땡삐리까지 올라오고 말았다. 귀신이 버글버글 산다는 땡삐리. 어른들도 밤엔 오기를 꺼리는 곳인데... .

겁이 잔뜩 난다. 다시 물 위로 돌들이 날아온다. 물에서 나와 자갈밭을 따라 내려오는데 공동묘지 쪽에서 불빛이 보인다. 무서움에 덜덜 떠는데 동기가 으앙 울기 시작한다. 동네를 향해 내달린다. 

족대도, 고기 담은 다래끼도, 횃불마저 내던지고 갈대에 걸려 넘어지고, 자갈에 무릎이 깨지고 
엉엉 울며 죽을힘을 다해 뛰었다. 

개울가서 제일 가까운 동기네 집으로 뛰어 들어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한참을 있으니… 큰일이다, 그 귀한 족대. 은자를 살살 꼬셔서 외양간 높게 매달아 논 족대를 몰래 빌려온 건데... . 다래끼도 매일같이 쇠풀 베러 다닐 때 메고 다니는 건데... .

잃어버리는 날엔 호랑이보다도 더 무서운 은자 아버지한테 아마도 맞아 죽을 꺼다. 다시 가 찾아야 한다. 그런데 귀신이 있을 텐데 겁이 나 못 가겠다. 어쩐다. 

그래. 동기 삼촌한테 같이 가자고 해야지. 귀신 잡는 해병 청룡부대로 월남까지 다녀온 동기 삼촌인데 그까짓 귀신쯤이야. 호롱불 밑에서 책을 보고 있던 동기 삼촌. 귀찮다 안 가려는 걸 매달려 족대를 찾으러 나섰다. 

힘 센 동기 삼촌 뒤에 바짝 뒤따라가는 데도 덜덜 떨린다. 공동묘지에 다다르니 금방이라도 귀신이 달려들 것만 같다. 후레쉬로 사방을 비추며 찾아도 보이질 않는다. 어디로 간 걸까. 분명 여기다 놓고 도망갔는데... .

저 위 행상 집에 불빛이 보인다. 겁 없는 삼촌 뒤를 따라 살금살금 가보니 행상집 앞에 냄비를 걸어놓고 불을 때고 있는 건 낮에 뒤따라 다니며 놀려댄 여자 거지였다. 그 옆에 족대랑 다래끼도 있고... .

화가 나 돌을 집어 던지려 하니 삼촌이 말린다. 아~, 상여집 안에 내 또래는 되는 여잔지 남잔지도 모를 애와 동생으로 보이는 애들 넷이 벌벌 떠는 모습이 후레쉬불 안에 들어온다. 

그 후 동기네 사랑채엔 그 거지네가 들어와 살았다.

정윤영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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