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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글쓰기(3) - 시작이 반이다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철학박사)
이명재 | 승인 2019.04.16 11:10

글을 써본 사람은 경험해 봤을 것이다. 시작이 반이란 것 말이다. 정말 그렇다. 글이라는 게 시작하기가 어렵지 일단 시작하고 나면 결과가 나온다. '마음에 들든 안 들든'은 그 다음의 문제다. 결과물이 있다는 게 중요하다.

대부분은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왕이면 시간을 끌더라도 좋은 글을 생산해내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가. 생각대로 되면 그 말이 맞다. 그러나 십중팔구는 그렇게 되지 않는다. 이래저래 같은 점수의 글이라면 빨리 쓰는 게 낫다.

학교 다닐 때 과제물을 생각해 보라. 잘 써서 내겠다고 날짜를 넘어서고 말았다. 내용은 좀 나아졌을지 모르지만 점수는 영 아니게 나왔다.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들의 과제물도 그렇고 전문가들의 원고 청탁도 마찬가지다.

버티고 버티다가 마지노선에 걸려 허겁지겁 완성한다. 좋은 글이 나오기 힘들다. 보다 나은 글을 쓰려고 버텼는데 말이다. 왜 자꾸 이런 것을 강조하느냐 하면 글을 써야 할 때 시간 끌지 말고 바로 시작하라는 것이다.

일단 시작을 하면 글은 나오게 되어 있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 그러면 수정 보완을 하면 된다. 완성된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부족한 점이 눈에 들어온다. 그것을 고치면 되는 것이다. 한 번에 완벽한 글을 써 내는 사람은 없다.

'일필휘지(一筆揮之)' 운운 하면서 자신의 글 실력을 과시하려는 사람을 가끔 본다. 그러나 결코 자랑할 게 못 된다. 그런 글을 살펴보면 맹점 투성이이다. 일필휘지는 글쓰기에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서예 작품에 해당되는 말이다.

산문을 단번에 완성했다는 것은 두 가지 경우이다. 부족한 글이거나 거짓말. 양이 많고 적을 뿐이지 반드시 수정 과정을 거치게 되어 있다. 이것을 중국 당나라의 시인 가도(賈島)는 퇴고(推敲)라고 했다. 퇴고는 많이 할수록 좋다. 

많이 고친 것을 부끄러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럴 일이 아니다. 사실에 근거한 얘긴지는 모르겠지만 헤밍웨이는 그의 소설 <무기여 잘 있거라>를 50번 이상 고치고 또 고쳤다는 말이 있다. 예술은 다듬어가는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시작이 반이라는 화두(話頭)가 여기까지 흘러왔다. 한 가지만 더 예로 들자. 가끔 원고 청탁을 받을 때가 있다. 약속 날짜를 지키기 위해 끙끙대며 애를 쓴다. 시작이 반이라는 격언을 따라 쓴 글이다. 마음에 들 리가 없다. 

출판사에서는 길게는 한 달 짧게는 일주일 정도 여유를 두고 마감 날짜를 잡는다. 글 쓰는 사람들의 심리를 잘 알기 때문이다. 마감 날짜를 번번히 넘기는… . 이렇게 해야 원고 검토 후 제 날짜에 제작에 돌입할 수 있다.

원고를 보내놓고 다시 한 번 초고를 찬찬히 읽어 보았다. 여기저기 맹점들이 발견되었다. 세세한 부분이야 그렇다 치고 중국 고전에서 인용된 부분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노자의 글을 공자의 것으로 바꾸어 다시 보냈다.

편집 책임자가 처음 것이 좋을 것 같다는 답장을 보내왔다. 그것도 해박한 지식으로 이론적 근거를 제시하면서 말이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 눈치 챘을 것이다. 퇴고는 교열이 아닌 교정의 부분에 중점을 두고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자. 글쓰기? 바로 시작하라. 뜸 들이고 버텨봤자 상 받을 만큼의 글 나오기는 애당초 어렵다. 글은 못 써서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안 써서 부끄럽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글 쓰는 사람에게 하나의 계명이다.

이명재 목사(본 신문 발행인, 철학박사)

손양원 목사에 대한 논문을 쓰면서 경험한 것이다. 그분이 남긴 옥중 서간이 여러 개 보존되어 있다. 글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글이 남아 있는 것 자체로 연구에 큰 도움이 되었다. 글은 그런 것이다. 지금 당장 쓰기를 시작하라.

이명재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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