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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놈일기(26) - 교복 입은 은자
정윤영 | 승인 2019.04.12 10:39

매일같이 담배 온상 돌보랴, 소풀 베어 나르랴. 보리밭으로... . 힘든 농사일의 연속이다. 산은 모두 개간되어 넓은 밭으로 변해 담배며 콩, 팥, 조들을 심었다. 

아버지의 권유에 옆집 글방 훈장님께 글도 배우러 다닌다. 낮에 일을 마치고 밤에 두어 시간씩 가서 배웠다. 한 달 동안 계몽편을 떼고 그 다음 명심보감을 배운다. 

낮의 피로에 지쳐 꾸벅꾸벅 졸면서 양반자세로 바르게 앉아 몸을 좌우로 흔들며 '자왈 위 선자는 천이 보지이복하고 위 불선자는 천이 보지이화니라~ '하곤 

공자 가라사대 착한 사람은 하늘에서 복을 주고 악한 사람은 하늘에서 벌을 준다 라고 풀이도 하며 대목 대목 외어가며 노래조로 읊조려댄다. 

또한 형들을 따라 4-H 활동도 같이 한다. 지덕노체도 배우고 예쁜 토끼 한 쌍을 분양받아 과제도 써 간다. 토끼가 잘 자라는 게 참 즐겁다. 

오늘도 저무는 해를 뒤로 하며 쇠풀을 한 짐 베어 지고 앞에 소를 몰고 집으로 오는데 교복 입은 멋진 폼의 은자를 만났다. 부끄러움에 얼굴이 화끈거린다. 얘, 거지같은 농사꾼아 하며 금방이라도 놀려댈 것만 같다. 

그 후론 학교를 가는 시간이나 학교서 돌아오는 시간엔 교복을 입은 또래 아이들 눈에 띄지 않게 하려고 사방을 살피며 피해 다녔다.

* 이 '촌놈일기' 연재 기사는, 오랜 학교 교사 생활을 퇴직하고 지금은 감천면 광기3리 이장 일을 보고 있는 정윤영 선생이 1954년생 친구의 어린 시절 일기를 받아서 우리 신문에 올리는 것이다. 정 선생은 이 일기들을 모아 책으로 출판해주고 싶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편집자 주).

정윤영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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