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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작가 문홍연의 # 일상 - 완도에서의 1박2일
문홍연 | 승인 2019.04.05 00:25

#일상
완도에서의 1박2일

사실 말이지만 저같이 경상도에서 평생을 살아온 토박이들은 완도와 진도가 어디쯤에 있는지, 어느 섬이 더 큰 섬인지도 잘 모를 테지요? 그만큼 가보기도 어렵고, 심리적인 거리까지 멀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여행이 그랬습니다. 처음에는 진도를 가려고 계획을 했습니다. 88올림픽 고속도로를 부지런히 달리다가 갑자기 생각이 바뀌었는지 담양 죽녹원을 들리자고 합니다.

어슬렁 어슬렁 죽녹원을 한 바퀴 돌고 흔적이라도 남길 요량으로 지나가는 사람에게 부탁을 했지요. 어찌나 증명사진 포즈를 취했던지 찍어주는 사람이 자꾸 웃으라고 강요를 합니다. 그냥 웃었습니다. 찰칵...ㅎ 그래도 어색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다시 또 달려갑니다. 남도 길은 생전 처음 가는 길입니다. 휴대폰 속에 들어있는 "네비"양의 목소리만 믿고 달렸더니 착오가 생겼습니다. 한참을 달리다 보니 엉뚱하게도 해남군 땅 끝 마을이 나오네요. 어쩌겠습니까? 잘못 든 길이지만 이왕 왔으니 쉬어가기로 했습니다.

어떤 여행객은 땅 끝 마을에서 마음을 다 잡고 새로 시작을 한다고 하시네요. 우리들도 자연스럽게 
여행지를 완도로 바꿔서 새 출발을 하기로 했습니다. 발길을 돌리려니 땅 끝 마을 안내인이 자꾸 여기에다 편지를 부치라네요...그냥 마음에다 우표만 부치고 여장을 꾸렸습니다.

드디어 완도에 입성을 했습니다.  이렇게 큰 섬일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완도군은 무인도가 143개이고 유인도가 60개 합 203개의 섬으로 이루어졌답니다.  
인구도 5만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그나저나 중늙은이들이 뭣땀시 이러고 쏘다닐까요? 제가 생각을 해봐도 이해가 조금 어렵습니다.
그리고 평일에 다니는 여행객들을 자세히 봤더니 대부분 우리 같은 중늙은이들이 많았습니다. 모두들
은퇴하고 여유를 즐기시나 봅니다.

저녁을 먹었습니다. 무슨 고기인지도 모르고 그냥 먹습니다. 
못 먹는 소주이지만 한잔 마시고 매운탕까지 맛있게 먹었습니다.
근데 주변 사람들의 말소리를 들어보니 경상도에서 멀리 떨어진 남도에 왔다는 것이 실감납니다.

이곳이 고교시절 지리시간에 배웠던 김의 특산지 완도였습니다.
숙소에 들었습니다. 낮에 보는 풍경도 예쁘더니 야경도 예쁩니다.

남도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바람 한 점 없는 날씨라 바다는 아직도 잠에서 깨어나지를 못했습니다. 작은 배가 큰 배를 달고 어디를 가는지 느릿느릿 지나가고,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는 전복양식장들이 끝없이 펼쳐져 있습니다.
저 바다 속에 얼마나 많은 보물들이 숨 쉬고 있을까요?

계획 없이 떠나온 여행이고, 또 갑자기 여행지를 변경한 터라 갈 곳이 고민이었습니다. 다시 논의 끝에 청산도를 가기로 마음을 모았습니다. 배가 완도를 떠나
청산도로 미끄러져 갑니다. 포말은 잘게 부서지고 갈매기도 따라 옵니다. 새우깡이 그리운 게지요

청산도로 결정한 배경에는 "송화"가 걸었던 그 황톳길을 나도 한번 걸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지요. 송화가 누구냐고요?
1993년도에 개봉해서 113만 명의 관객을 모았던 "서편제"의 여주인공 이름이 "송화"랍니다. 

간략하게 설명을 드리면 소설가 이청준의 소설을 김명곤님이 각색하고 거장 임권택 감독이 만든 영화랍니다. 카메라의 마술사 정일성 촬영감독이 촬영을 했구요 
태흥영화사에서 제작을 하였고 1993년 4월에 단성사에서 개봉을 했답니다. 

일반인들한테는 생소한 판소리를 주제로 영화를 만들었는데 어찌나 구성지게 슬프던지 눈물까지 흘리며 봤던 기억이 납니다. 저곳을 지나가며 송화(오정해분)가 춤추며 불렀던 노래가 진도아리랑입니다.

청산도를 모르고 살았습니다. 청산도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슬로시티(slow city)로 지정되었다는 사실도 몰랐습니다.
 
안내문을 찬찬히 살펴봤더니 
느린 풍경으로 삶의 쉼표가 되는 섬이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푸른 바다와 돌담길, 구들장논, 해녀의 미소 등이 청산도의 자랑이라구요. 그래서 청산도의 여러 마을을 잇는 길 이름도 슬로길로 지었답니다.

다시 안내문의 글을 첨언하면... "국제슬로시티연맹은 2011년 청산도 슬로길을 세계 슬로길 1호로 공식 인증했다. 걷기 여행자에게 필수 방문지가 된 섬은 미역 줄기처럼 이어지는 슬로길 11개 코스를 갖췄다. 영화 〈서편제〉 촬영 무대로 유명한 당리 언덕길, 구불구불한 옛 돌담으로 채워진 상서마을 등은 대표적인 슬로길 코스다. 신흥마을 풀등해변, 해송 숲이 어우러진 지리해변 역시 슬로길이 지나는 청산의 아름다운 해변이다. 전통 어로 휘리 체험, 슬로푸드 체험 등 느림이 곁들여진 다양한 경험은 슬로시티 청산도 여행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그렇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점점 빨리빨리를 외치며 사는데 이곳은 '슬로우'를 부르짓네요. 왜일까요?
빠른 속도감에 멀미가 나는 사람이 많아서 일까요? 

저와 제 친구들은 이제부터라도 조금 느리게 살기로 결심을 했습니다. 인생의 반환점이라는 61살에 들면서 먹었던 마음입니다.

1박2일의 여행도 끝이 났습니다.
무작정 떠난 여행이지만 마음 한 구석이 꽉 차는 그런 느낌입니다.

문홍연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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