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마우스랜드의 생쥐와 고양이

장성익 소장(환경과생명연구소)

마우스랜드(Mouseland)라는 나라가 있다. 이름 그대로 생쥐들이 모여 사는 나라다. 이 나라에서 생쥐들은 우리 사람이 사는 세상처럼 몇 년에 한 번씩 선거로 통치자를 뽑았다.

한데 그들이 뽑은 통치자는 매번 생쥐가 아니라 고양이였다. 나라가 엉망이 되고 삶이 고달파져도 여전히 생쥐들은 고양이만 뽑았다. 달라지는 것이라곤 고양이의 색깔뿐이었다.

고양이 색깔이 달라지면 법이 바뀌기도 했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었다. 검은 고양이 정부가 만든 법은 쥐구멍이 고양이 발이 충분히 들어가도록 커야 한다는 것이었다.

고통에 시달리던 생쥐들은 검은 고양이 대신 흰 고양이를 새 통치자로 뽑았다. 그런데 흰 고양이 정부는 둥근 쥐구멍을 네모난 모양의 쥐구멍으로 바꾸었다.

그 결과 쥐구멍이 두 배로 커지고 말았다. 생쥐들의 삶은 이전보다 훨씬 더 고달파지고 위험해졌다. 다른 색깔의 고양이 정부로 아무리 바뀌어도 이런 일이 되풀이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생쥐 한 마리가 홀연히 깨달았다. 색깔이야 어떻든 고양이 정부는 고양이만을 돌볼 뿐 생쥐는 안중에도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 생쥐는 용기를 내어 다른 생쥐들에게 이렇게 외쳤다. “우리도 이제 생쥐로 이루어진 정부를 만들자!” 그러자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다른 생쥐들이 환영하고 동조했을까?

아니다. 그 반대다. 생쥐들은 그러기는커녕 도리어 그 생쥐를 ‘빨갱이’라고 몰아 감옥에 처넣고 말았다.

이 이야기는 캐나다 정치인 토미 더글러스가 1962년 캐나다 의회에서 연설하면서 소개한 우화다. 그가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무엇인지는 어렵잖게 짐작할 수 있다.

아무리 선거로 권력을 교체해도 세상은 달라지는 게 없고 일반 사람들의 힘겨운 삶은 여전하다는 게 그것이다. 아울러, 수많은 사람이 이런 현실에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노예처럼 길 들어 있다는 점도 꼬집고 있다.

수십 년 전에 소개된 이 오래된 이야기가 오늘날도 수많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이유는 뭘까? 우리 현실은 이 이야기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을까?

일찍이 마크 트웨인이 “선거로 정말 사회가 바뀔 수 있다면 선거는 벌써 불법화됐을 것이다.”라고 비꼬기도 했거늘... .

장성익 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