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시평 - 타산지석(他山之石)의 교훈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철학박사)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 2년이 되어 간다. 사람과의 관계가 대부분 그렇다. 남녀의 연인 관계는 그 정도가 더 하다. 사랑했다가 열기가 점점 식어간다는 것. 그러나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관계를 유지하라고 한다. 원론이다.

국민과 대통령 사이도 마찬가지다. 국민으로부터 받는 인기가 하늘을 찌르다가 점점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는 것. 그러나 솔직히 문재인 대통령은 좀 다를 줄 알았다. 서민 출신이요 거기에다 인권 변호사로 입지를 세웠으니 기대가 됐다.

출범 초기 그의 서민 행보에 국민들은 얼마나 환호했었나. 나는 지금도 문 대통령의 친 서민성을 믿는다. 기득권을 가진 세력이 온갖 험담을 동원해서 그를 공격한다고 해도 그의 서민 지향적 철학은 확고하다고 생각한다.

거대한 정부 조직을 이끌어가다 보면 별의별 말을 다 들을 수 있다. 그의 철학을 훼손하는 조직 내 일탈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해의 선이다. 그래도 괜찮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일탈이 가능한 없어야 한다.

지금의 정부 여당,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자신에게는 철저히 엄격하되 국민들에게는 한없이 따뜻하게 다가가야 한다. 문재인 정권이 의지할 구석이라곤 국민밖에 없다. 돈이 넉넉한 것도 아니고 인적 관계망이 튼튼한 것도 아니다.

거의 1세기 100 여 년을 중심이 아닌 주변부의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전혀 지나친 말이 아니다. 정치적 맥락에서 주류가 되지 못했다는 말이다. 기득권의 반대 위치에 있었다는 얘기가 되겠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랬듯이….

촛불혁명에 힘입어 정권을 잡게 되었다. 촛불혁명의 주체는 이름 없는 다수의 국민이다. 국민의 힘이 대통령까지 탄핵했다. 따라서 모든 초점을 국민에게 맞추어야 한다. 국민을 위해 충성 봉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요즘 그렇지 못한 모습들이 보이는 것 같다. 몇 가지 불미스런 일이 여론이란 도마에 오르내린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이 대구의 한 시장을 방문해서 시민들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 현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대통령을 경호하던 청와대 경호실 직원의 자연스럽지 못한 처신이 SNS를 달구었다. 군중 가운데서 기관단총의 개머리판을 노출시켜 과잉 경호를 했다는 것이다. 국민들의 일반적인 생각이 그랬다.

처음엔 진실게임 양상을 띠는 것 같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정당성 여부로 비화되었다. 여론이 찬반으로 딱 나뉘었다. 그 정황을 이해해 줄 수 있다. 그렇지만 그 모습이 국민 정서에 반(反)하는 것이란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이전 정부와는 뭔지 달라야 한다. 국민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이 전 정권도 그랬으니 나도 괜찮다? 설득력이 떨어진다. 아니 될 말이다. 문재인 정권은 이 전의 두 보수 정권과의 차별성을 무기로 출발했다.

촛불혁명의 민의를 업고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현장에서 청와대 경호실 직원이 기관단총 개머리판을 노출시킨 것, 경호실 수칙 상 문제가 없고 전 정권들에서도 그렇게 해 왔다고 해서 정당화 될 수 없다. 사과하는 게 옳다.

어제는 또 다른 황당한 일이 터졌다. 그를 대통령의 입이라고들 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을 두고 하는 말이다. 사건의 개요를 간단히 밝히면 이렇다. 거액을 대출 받아 개발 예정지에 상가를 매입했다는 것이다. 일종의 투기다.

본인은 법적 하자가 없는 매입이라고 했다. 김 대변인의 이런 볼멘소리는 그답지 않다. 고위 공직자는 법 이전에 도덕적 잣대의 적용 대상이 된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문재인 정권은 도덕성 빼면 내 세울 것이 많지 않다.

김의겸 대변인은 모 신문사 논설위원으로서 문명을 떨친 언론인이었다. 촌철살인(寸鐵殺人)의 비평으로 이름을 날렸다. 그가 왜 그런 어리석은 짓을 했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 불가다. 정치 경험이 없는 탓으로 돌려야 하나.

문재인 정권의 한 특징으로 경제적 불안을 드는 사람들이 많다. 경제는 문 정부의 아킬레스건이다. 부동산 정책이 그 중심에 있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정책적 지혜를 모으고 있을 때 일어난 일이어서 더 어처구니가 없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공직자들, 특히 정무직 공무원들은 뼈를 깎는 아픔을 감내해야 한다. 그 중심 내용은 봉사와 헌신 그리고 겸양과 인내가 되어야 한다. 또 윤리와 도덕성도 그 근저에 당연히 깔려 있어야 한다.

오이 밭에서는 신발 끈을 고쳐 신지 않는다(瓜田不納履). 오얏나무 아래서는 관을 고쳐 쓰지 말아야 한다(李下不整冠). 정부 여당으로서 야당에게 발목 잡힐 빌미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 지금 너무 많은 허점을 노출시키고 있다.

전 정권들과 다를 게 없다고 수군대는 소리가 팽배하고 있다. 국회 인사 청문회가 그것을 확인할 수 있는 현장이다. 물론 자한당을 비롯한 야당들의 수준 이하 질문들이 주원인이다. 이런 것조차도 수용할 수는 없는 것일까.

정부 여당의 도량(度量)이 아쉽다. 다시 한 번 허리띠를 조여매야 한다. 2년 전 정권 출범 때의 그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국민을 하늘처럼 받들고 자신에게는 한 없이 엄격한 외유내강(外柔內剛)의 사람이 되어야 한다.

타산지석(他山之石)이란 말이 있다. 시경(詩經) 소아편(小雅篇) 학명(鶴鳴)에 나오는 시구이다. 직역하면 ‘다른 산의 돌’이란 뜻이다. 다른 사람, 즉 상대방의 옳지 못한 것도 자신을 바로 잡는 데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의미이겠다.

문재인 정권, 전 정권들과의 비교 우위에 안주하려 해서는 안 된다. 청렴성과 도덕성을 앞세우고 공정성에 기반해서 국가를 개조해야 한다. 적폐 청산도 이런 기조 위에 이루어질 때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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