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정윤영 선생 페이스북에서

사까루를 넣어 찐 달콤한 감자로 점심을 때우고 두 여동생과 이쁜 애랑 개울가에 매어 놓은 소를 몰고 칡넝쿨이 우거진 산골짜기로 풀을 뜯기러 나섰다. 

언제나처럼 소꼴비를 목에 칭칭 감아서 풀어 놓고는 졸졸 흐르는 도랑물에서 돌 속의 가재를 잡는다. 큰 가재를 잡아 주면 이쁜 애가 와~ 하고 좋아라 하는 모습에 신이 나 더 큰 놈을 잡으려 기를 쓴다. 

이쁜 애가 밤나무를 보고 밤이 먹고 싶다 하면 쫓아 올라가 덜 익은 밤송이를 따서 하얀 풋밤도 까 주고 개암나무 알도 따 주고 뭐든지 말만 하면 다 들어준다. 두 여동생들이 해 달라 하면 안 해 주니 삐지기 일쑤다. 

말매미가 신나게 울어대니 이쁜 애는 말매미를 잡아 달랜다. 높은 미루나무에 앉아 울고 있는 말매미를 잡으려고 가지도 없는 나무를 타고 올라가 잡으려면 날아 달아나 버리고 또, 오르고... . 땀을 뻘뻘 흘려가며 이 나무 저 나무 오르락내리락하길 몇 번째 만에 간신히 잡아주고 난 후에야 우쭐거리고... .

여름철 긴 해가 넘어갈 즈음에 소를 몰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소를 찾으니 소가 보이질 않는다. 이 골 저 골 아무리 찾아도... . 큰 일 났다. 이 소가 얼마나 귀중한 소인데... . 눈앞이 캄캄해지고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온다. 

엉엉 울며 조밭에서 밭을 매고 있는 아버지께 달려가 알리니 손에 든 호미를 집어 던지고 '뭐야~' 소리를 지르고는 소를 찾으러 뛰어가신다. 엄마도 고래고래 소릴 치며 달려가시고 소 주인인 은자네도, 동네 아저씨들도 모두 나서서 찾았지만 밤이 깊도록 찾질 못하고 돌아왔다. 

그 지지배랑 노는 데 팔려 소도 안 돌봐 잃어버렸다고 매질을 하는데도 너무나 큰 잘못에 기가 죽어 도망도 못 가고 엄마의 손이 아파 그만 둘 때까지 그냥 울면서 두들겨 맞았다. 

이 웬수야. 집 태우고, 소도 잃고 진작 뒈져라는 엄마의 고함. 아~, 어쩔꺼나. 

온 식구가 잠도 못 자 가며 불안에 떨고는 그 이튿날 꼭두새벽부터 찾아 나섰다. 하루 종일 불안한 마음으로 밥도 굶고... .

해 질 무렵, 십 리 밖 황소와 놀고 있는 소를 찾아 몰고 오시며 열 달 후엔 예쁜 송아지를 낳을 거라며, 허허 웃는 아버지의 웃음에 죽었다 다시 살아난 기분이 이럴는지... . 앞으로 소 잘 돌보라는 엄마의 야단을 한 번 더 듣고서야 보리밥을 한 사발 먹을 수 있었다.

정윤영  daum.net

정윤영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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