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정윤영 선생 페이스북에서

오늘도 개울 건너 동춘밭에 가 참깨밭의 맹충이를 잡고 오라는 아버지의 말씀에 혼자 가기 싫어서 두 여동생들을 옛날이야기 해 준다고 꼬셔서 데리고 나서는데 서울 이쁜 애가 따라나선다. 

동춘밭을 가려면 가슴까지 차는 물을 건너야 한다. 두 동생은 발가벗고 신나라 먼저 물을 건너가고 이쁜 애 때문에 부끄러워서 옷도 못 벗고 물가에 서 있는데 부끄럽지도 않은지 발가벗고 물로 들어서는 이쁜 애. 얼굴은 달아오르고 가슴은 콩닥거려 하늘만 바라보다가 살며시 곁눈질로 바라보니 동생들 몸은 깜둥이고 이쁜 애는 겨울철 하얀 눈송이 같다. 

부끄러워 물에 들어서지도 못하고 모래밭에 앉아 이쁜 애가 빨리 물을 건너 옷을 입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물 가운데서 무섭다며 소릴 지른다. 나는 부끄러워 가도 못하고 먼저 건너간 바로 밑 여동생을 불러 이쁜 애 좀 잡아 주라니 짝은오빠가 하라며 말을 안 듣는다. 

이쁜 애는 울음 섞인 목소리로 소리를 치고... '칫, 물살도 잔잔한데 뭐가 무서워' 속으로 중얼대며 급히 달려가 손만 멀찍이서 잡아 주려는데 와락 내 몸에 달라붙는다. 

"헉~. 얘, 얘~ 내려, 내려서 가" 너무나 부끄러워 떨리는 말로 애원을 하나 이쁜 애는 더욱 내 목에 달라붙는다. 잠시 시간이 흐르니 참 기분이 좋다. 부드러운 그 애 살결, 귓볼에 다가오는 숨소리... 온몸에 경련이 인다. 

이쁜 애를 매단 어정쩡한 자세로 물을 건너 개울가에 다다르니 개울물이 좀 더 길었음 하는 아쉬운 맘에 여동생의 얼래리꼴래리 놀리는 말도 잠결에 들리는 듯하다.

정윤영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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