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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작가 문홍연의 # 일상 - 아침에 읽는 시 한 편
문홍연 | 승인 2019.03.17 23:36

#일상
아침에 읽는 한편의 시

           부 부
                          作/ 함민복

긴 상이 있다
한 아름에 잡히지 않아 같이 들어야 한다
좁은 문이 나타나면
한 사람은 등을 앞으로 하고 걸어야 한다
뒤로 걷는 사람은 앞으로 걷는 사람을 읽으며
걸음을 옮겨야 한다
잠시 허리를 펴거나 굽힐 때
서로 높이를 조절해야 한다
다 온 것 같다고
먼저 탕 하고 상을 내려놓아서는 안 된다
걸음을 속도도 맞추어야 한다
한 발
또 한 발

***  ***  ***  ***  ***  ***  ***

가끔 시집을 읽습니다. 특별히 정해진 룰도 없이 손에 잡히는 대로 읽습니다. 아침 일찍 "부부"라는 글을 쓰려고 잠시 생각을 했더니, 함민복 시인의 시가 생각났습니다. 시인은 62년생 우리 나이로는 58살입니다. 50살에 결혼을 했으니 이제 겨우 8년을 살았구요. 그래도 시인은 결혼생활의 핵심을 꿰고 있었군요.

어찌 보면 결혼이란 것도 결국은 계약관계가 아닐까요? 가족 친지와 여러 사람 앞에서 혼인선서를 하고, 부동산을 법원에 등기하는 것처럼 면사무소에다 혼인신고를 한 다음에 부부라는 이름으로 평생을 살아가니까요.

여기 많은 부부가 있습니다.

친구 부부들이 긴 상을 펼쳐놓고 저녁을 먹습니다. 사진 속에 나오는
제사상같이 긴 밥상을 한번이라도 날라 본 사람이라면 

"한 발
또 한 발" 
시구(詩句)의 의미를 아실 테지요? 

허리를 반쯤 숙이고 걸음걸이의 보폭도 맞추고, 앞쪽에 선 사람은 뒤쪽에서 앞을 보고 따라오는 사람의 눈빛을 보며 조심조심.... 
 
수많은 부딪침과 시행착오 끝에 이제는 긴 상 위의 음식을 엎지르지 않고 나를 수가 있겠더군요.
긴 상 하나 나르는 법을 터득하는데 30년이 조금 넘게 걸렸습니다.

오늘도 그들은 부부로 살아갑니다

문홍연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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