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봄날
                        시인 정어린(정규훈)

정규훈 시인

그대여 어둠 뚫고 오라
추위와 고독과 슬픔을 버리고
그대여 꽃으로 오라
개나리 진달래
울그락 불그락

아 그립던 그대여,
산기슭  얼음장 밑에서 
울렁대던 개구리처럼  
세상의 온기로 
세상을 채우라

내  애간장에 수심이 그득하여
그대의 애뜻한 심정을 미처 몰랐네
내 심장에 분노가 차고 넘쳐
우주의 연정을 받지 못했네
내 혈관 폭포같은 욕망이 솟구쳐
그대의 순수를 보지 못했네

아  그대련가?
그  절제된 사랑이
그  해맑은 웃음이
그  찬란한 용트림이
그  비상하는 가벼움이

* 여성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남성인 나에겐 이런 바람이 있다. 봄을 닮은 여인이면 좋겠다고... . 그런데 가끔은 격정에 휩싸일 때도 없지 않다. 그땐 봄도 자연도 그리고 꽃과 마음까지도 소용돌이에 빠진다.

정 시인이 그런 격정의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곧장 '그대 봄날'에 미안한 연정을 토로한다. 봄날의 여러 측면을 간과했다는 뉘우침이다. 비유와 상징을 특징으로 하는 시가 너무 솔직하다. 탈이 아닐까?

허나 금세 봄의 특징과 시인은 동화된다. 절제된 사랑, 해맑은 웃음, 찬란한 용트림, 비상하는 가벼움. 시인은 봄날을 자유자재한 요술장이로 만들고 있다. 사회가 어수선하다. 격정적 봄날은 사회의 투시이기도 하다.

그대 봄날, 얌전한 습성을 벗어난... 그래, 지금은 세상을 호령하는 전사가 되어 다오!(耳穆).

사진 = 정윤영 선생 페이스북에서

정규훈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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