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라이프 서평
서평 : 마이클 샌델, 폴 담브로시오 엮음 『마이클 샌델, 중국을 만나다』안종수 (인제대학교 인문문화융합학부 교수, 철학 박사)
편집부 | 승인 2019.03.09 15:08
마이클 샌델, 폴 담브로시오 엮음 『마이클 샌델, 중국을 만나다』, 김선욱 강신명 김시천 옮김(와이즈베리, 2018년 9월 출판)

30여 년 전, 중국 철학을 만나 도움을 받기 전에 나는 이런 내러티브적 자아관을 세밀하게 다듬어 보려 했다. 당시 내 공격 목표는 칸트와 롤스 식의 자유주의에서 말하는 부담을 지지 않는(무연고적) 자아 개념이었다. 이제 동양을 바라보면서 나는 내가 했던 설명이 비록 몇 가지 점에서는 차이가 있다손 치더라도 상당한 측면에서 유가 전통과 동조를 이루는 것을 알았다. (376p.) 
 
이 책은 2016년도 중국의 화둥사범대학교에서 열렸던 국제 학술회의 “마이클 샌델과 중국 철학”에서 발표한 논문들을 엮어서 만든 것이다. 이 논문들에는 중국 철학이 서양 철학에 뒤지지 않는다는 점을 부각시키려고 노력하는 중국 발표자들의 자존심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그들은 샌델의 철학을 먼저 잘 분석하고서 그의 이론이 가지고 있는 단점들까지도 자세하게 지적하면서 중국 철학이 가지고 있는 장점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샌델은 중국 철학자들의 지적에 대해서 상당히 우호적인 태도로 대응한다.  

샌델은 롤스를 비판한 『자유주의와 정의의 한계』라는 책을 통해서 세계적인 철학자의 반열에 올랐다. 그는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공리주의 정의관, 자유주의 정의관,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적 정의관을 설명하였지만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을 따르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정의란 사람들에게 그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몫을 주는 것이다.

홍콩 중문대학교의 후앙용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의를 자세하게 설명하고 유가의 정의와 비교하였다. 그는 유가의 정의를 “유덕한 사람은 포상하고 악덕한 사람은 벌하는 것이 아니라 악덕한 사람들이 자신의 악덕을 극복하여 유덕한 사람이 되도록 돕는 것이 바로 유가가 말하는 덕의 정의다. 이는 곧 덕을 평등하게 분배하는 정의다”라고 높이 평가하였다.  

샌델의 정치철학은 자유주의 사상가인 롤스를 비판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자유주의란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정치 이념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이렇게 좋은 자유주의가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그 문제점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샌델은 “가족에서 이웃, 국민에 이르기까지 우리를 둘러싼 공동체의 도덕적 기반이 무너져 가고 있다”고 탄식하였다. 자유주의자들은 개인의 자유를 최우선으로 보기 때문에 학교에서의 윤리 교육도 반대한다. 또한 국가에서도 국민들에게 특정한 가치를 권장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샌델은 먼저 롤스가 기초로 삼고 있는 ‘부담을 지지 않는(무연고적) 자아’를 강하게 비판하였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나 공동체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유교는 여러 가지 면에서 샌델의 공동체를 강조하는 사상과 닮은 점이 많다. 유교에서는 먼저 가족 공동체를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상하이 푸단대학교의 바이통동은 이렇게 말한다. “아주 가까이에 있는 매우 중요한 제도가 바로 지금 자신의 가족이다. 이는 왜 유가 사상가들이 가족의 가치에 그토록 주의를 많이 기울이는가에 대한 이유가 된다. 그들이 볼 때 가족은 통상 우리에게 자아의 한계를 초월하는 디딤돌이며, 우리가 도덕적 행위자, 즉 적절한 사회적 관계를 인식하고 유지할 수 있는 인격체로 훈련시키는 터전이다.” 

이 책의 끝부분에 있는 2편의 논문에서는 유가의 윤리에 역할 윤리라는 이름을 부여하고 그 이론을 가지고 샌델의 연고적 자아를 넘어서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에임스와 로즈몬트의 주장에 따르면 유교에서는 인간이란 다양한 역할을 담당하는 존재이지만 연속적인 자아란 없다고 본다.

먼저 에임스는 이렇게 말한다. “유가적 역할 윤리에서도, 관계들의 역동적인 내러티브의 사실 배후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대체로 신체적인 것의 얕고 복잡한 매트릭스로서 삶을 시작해 나중에는 가족 및 공동체의 관계들로 나아간다.” 로즈몬트는 이러한 유가의 자아를 핵심을 가지고 있지 않은 양파와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끝으로 담브로시오는 이들이 주장하는 자아와 샌델의 자아를 비교하였다. “샌델의 입장은 자아가 역할에 완전히 기초한다는 입장과 자아는 구체적 존재에 의해 ‘부담을 지지 않는(무연고적)’ 고립된 원자적 개인이라는 입장 사이에 위치한 중간적 입장이다.

두 극단 사이에서 샌델은 사회적 연고란 ‘다 합하면 부분적으로는 나의 정체성을 정의해 주는, 지속적인 애착과 책임’이라고 하였다.” 샌델의 생각은 자아란 복숭아의 씨처럼 고정되어 있지도 않고 양파처럼 중심이 없는 존재도 아니라는 생각이다. 자아는 주변의 환경과 끊임없는 상호 작용을 통해서 성장하고 변해가는 내러티브적인 존재라는 것이다.  

또한 이 책에는 도가의 사상을 샌델의 주장과 비교하고 분석한 논문들도 있다. 미국의 로빈 왕은 중국의 음양 사상과 장자의 철학을 현대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리고 담브로시오는 샌델의 저서 『완벽에 대한 반론』에 나오는 견해와 장자 사상을 비교했다.

샌델은 현대의 생명공학과 유전자 조작에 대해서 비판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는데, 특히 인간의 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유전자 조작을 반대하였다. 그는 이러한 샌델의 견해는 장자의 기심(機心), 지족(知足), 진인(眞人)의 사상과 서로 통하는 점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동서양의 철학자가 만나 샌델의 정치철학과 유가․도가 사상의 비교․분석을 통해 유사점과 차이점을 발견하고 새로운 논점을 제시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샌델의 ‘정의’를 동양철학의 눈으로 어떻게 새로이 풀어냈는지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편집부  gcilbonews@daum.net

편집부  gcilbonews@daum.net

<저작권자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편집부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상호 : 김천일보 김천iTV  |  경북 김천시 거문들1길 88-74  |  전화번호 : 054-436-2287
등록번호 : 경북, 아 00398  |  대표전화 : (054)437-0478  |  등록일 : 2016년 01월 18일  |  발행인 겸 편집인 : 이명재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성숙  |  e-mail : gcilbonews@daum.net
Copyright © 2019 김천일보 김천iTV.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