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정윤영 선생 페이스북에서

개울가 설래길 바위 모퉁이에 앉아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는데 영 오지를 않는다. 오늘은 다섯 시간만 하고 마쳤으니 벌써 올 때가 넘었는데... .

다시 한 번 개울물에 발을 담그고 맑은 물을 손에 떠서 세수를 하고 손등에 낀 때를 조약돌로 빡빡 문질러 냈다. 피래미들이 다리에 상처 나 곪은 자리를 뜯어 대니 시원하다. 누런 고름 덩이를 모두 떼먹고 나니 빨간 속살이 보인다. 

얼마를 더 기다리니 종수랑 호떡을 먹으며 오고 있다. 뭐가 그리 재밌는지 깔깔 대기까지 하면서... . 은자 가방은 오늘도 저 녀석이 들고... .은근히 화가 났다. 종수란 놈이 너무나 얄밉다.

나랑 잘 다니던 은자가 저 얄미운 종수란 녀석이 매일 호떡을 사 주는 바람에 나랑은 어울리지도 않고 매일 저 녀석하고만 어울린다. 

나도 돈이 있으면 저 녀석보담도 더 많이 사 주고 싶은데 돈은 없고... . 공부도 나보다 못 하고, 기운도 없고, 누런 코를 항상 질질 흘리는 녀석에게 호떡에 홀라당 넘어간 은자가 너무나 얄밉다. 

며칠 전, 은자랑 놀지 말라고 때려 줬더니 은자한테 일러 바쳐서 니가 뭔데 놀지 마라 그러느냐며 화를 냈다. 

나는 먹는 게 좋다 해서 어제 소 풀 뜯기면서 풀섶을 헤치며 따 모은 산딸기를 비료푸대 종이에 싸서 은자에게 주려고 가져왔는데... . 언제나 말려주고 숙제도 해줬는데... . 이런 내 맘도 몰라주고 저 녀석과 또 히히덕댄다.

당장에 딸기 봉지를 물에 던져 버리고만 싶어진다. 히히대며 지나간 길에 달콤한 호떡 냄새가 풍겨 흐른다. 힘없이 앉아 산딸기 봉지를 펼쳐 보니 이쁜 산딸기 알들은 짖뭉개져 커다랗게 한 덩이가 되어 있었다. 

며칠 후, 종수네 집에선 서럽게 우는 소리가 들렸다. 단지 속에 묻어둔 돈을 종수가 훔쳐가서 
감나무에 매달려 두둘겨 맞고 있단다. 고 녀석 참 고소하다. 

그 후론 예쁜 은자의 가방은 내 차지가 되었다.

정윤영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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