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희(시사평론가)

황교안이 자유한국당의 대표가 되었다. 2020년 총선 공천권을 가지게 되었으므로 이는 실상 2022년대선을 위한 첫 발판을 원만히 마련한 것이 된다.

보수정당 내의 줄서기는 수면의 위아래로 분주히 이루어질 것이고, 2020년 총선 이후에는 황교안 키즈라 불리는 초선 국회의원들이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오세훈 등 대선 주자급 인사들과 이에 붙좇는 다선의 국회의원들에게 황교안의 세를 위협적으로 과시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황교안은 친박과 태극기부대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극우와 보수의 중간에 해당하는 행보를 하며, 보수 진영의 차기 대선주자로 각인되도록 시간을 보낼 것이다.

이제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왔으므로, 이번 전당대회에서 오세훈, 김진태를 지지했던 현역의원들은 황교안에게 줄을 댈 방법을 찾든지, 아니면 다른 방법을 강구하든지 해야 할 판이다.

김천의 국회의원도 예외는 아니다. 김천사람 중에 현역 의원이 아니면서, 황교안의전당대회를 도왔던 사람은 내심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총선 공천권은 사실상 권력의 핵심이다. 뭐니 뭐니 해도 결국 살생부의 최종 결정권은 당대표가 쥐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의 시나리오는 일반적인 상황에서 적용되는 내용들이다. 정치가 재미있는 것은 도처에 많은 변수들이 늘 도사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2020년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이 참패한다면, 황교안은 그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극우와 태극기부대를 계속 끌고 가고자 한다면, 2020년 총선에서 황교안이 국민들의 진심어린 공감대를 얻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황교안은 그동안 살아온 궤적과 같이, 신중하게 말을 아끼며 행동으로는 보수에서좀 더 오른쪽에 있는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이 많다. 이는 극우와 태극기부대에게 일정부분 만족감을 주겠지만, 당내 비박과 온건보수를 자유한국당 내에 그대로 잡아두기 어려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결국 친박 극우와 비박 보수가 양립하는 공천파동은2020년 1분기에 이미 예정되어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이 100석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자유한국당은 그저 극우정당으로 전락할 뿐이다. 그리고 황교안은 결국 그 상태로 대선후보가 될 것이다.

이는 결국 현 여당의 재집권을 도와주는 결과 밖에 되지 않는다. 자유한국당 내 비박보수와 바른미래당의 중도세력은 끝내 화합하지 못하고 지리멸렬할 것이다. 황교안이 갑작스럽게 중도를 끌어안는 방향으로 선회하기에는 그의 일생이 너무 오른쪽으로 치우쳐 있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내심 웃고 있을지도 모른다. 황교안의 도움으로 재집권을 할 생각에 말이다.

하지만 조심해야 한다. 실패의 요인은 늘 밖에 있다기 보다는 나 자신에게 있는 법이다. 초심을 유지하지 못하고, 스멀스멀 자기 욕심을 드러내다가는 그 내면이 곧 국민들께 드러나기 마련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는 그대들에게 권력을 위임한 국민들의 마음을 늘 세심하게 헤아려야 할 것이다.

김병희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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