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정윤영 페이스북에서

아침상이 들어왔다. 노란 좁쌀에 고구마를 넣어 지은 밥. 달콤한 게 죽보다는 훨씬 좋았으나 오늘은 영 밥맛이 안 난다. 몇 숟갈 뜨다 몇 번을 망설이다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저~어, 아부지 기성회비 좀 주셔유." 

큰 죄라도 지은 양 이 말을 간신히 하고는 고개를 들지도 못하고 밥만 퍼 먹었다. 밥 한 사발을 다 먹도록 아무 말도 없는 엄마 아버지. 

형아, 동생들은 학교 길을 떠났으나 나는 책보를 등에 메곤 마당에 서서 기성회비 달라고 조르며 서 있었다. 

"빨리 줘유." 

담에 줄게 어서 가라는 엄마. 

"안 돼유. 오늘 안 가져가면 벌 받어유..." 하곤 또 보채지만 없는 돈을 어떻게 주니! 하며 소리를 지르는 엄마. 엄마의 화난 말에 물춤 사립문까지 나갔다가는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는 엄마 앞으로 슬금슬금 다가가서는 흥흥거리며 또 보챘다. 

한참을 보채도 아무 소리도 없이 설거지를 하고 있는 엄마에게  "얼른 줘유~" 하고 또 소리를 치자  "요놈이 담에 준다니까 속을 뒤집어 놔 왜~ "하며 부지깽이를 들고 뛰쳐나오기에 맞지 않을 만큼 도망을 쳐댄다. 

사립문 밖까지 부지깽이를 휘두르며 따라오시던 엄마는 담에 꼭 줄 테니까 얼른 가라는 말을 하고는 다시 부엌으로 들어가신다. 

오늘만큼은 꼭 가져가야 된다. 어제도 벌써 몇 달치가 밀려 선생님한테 손바닥을 다섯 대나 맞았다. 내일은 꼭 가지고 오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그러겠다고 약속까지 했다. 오늘도 안 가지고 가는 날엔 아마 교무실까지 끌려갈지도 모른다. 사열이가 나보다 두 달치가 더 밀려 교무실까지 끌려가서는 혼나고 징징 우는 것을 나는 똑똑히 보았다. 

집으로 다시 들어가는 엄마 뒤를 따라 나도 다시 마당을 들어서서 또 졸라댄다. 

"얼른 줘~, 잉잉" 

큰 소리를 치자 또 다시 부지깽이를 들고 달려 나오시는 엄마. 뒤를 돌아보며 맞지 않을 만큼 또 도망을 쳤다. 동네 뒤 웃고개까지 따라오던 엄마는 다시 집으로 향하신다. 

나도 엄마 뒤를 따라 다시 집으로 돌아와 사립문 앞에 서서 또 칭얼대며 돈 달라고 졸라댔다. "요놈이~ " 하며 또 뛰어나오시는 엄마를 피해 도망을 쳐댄다. 
웃고개를 지나 개울까지 소리를 치며 또 따라 오시던 엄마. 

"담에 꼭 줄께 어서 가~ "하고는 뒤돌아 집으로 향하시자 나도 또 뒤돌아 엄마를 따라 집으로 와 사립문 밖에서 또 징징대며 보채댔다. "아이구, 날 잡아라 이놈아"하며 마당에 풀썩 주저앉아 울어대는 엄마. 엄마가 울어대자 겁이 더럭 난다. 

그냥 갈까 하고 생각 중인데 아버지가 마을서 올라오시더니 "여기 있다. 가져가라"며 돈을 주신다. 은자네 집에 가서 선 품삯을 받아 오셨단다. 

나는 엄마를 울렸지만 신나라 기성회비를 들고 학교를 가니 벌써 수업을 하고 있었다. 뒷문을 살며시 열고 들어가자 지각했다고 또 손바닥을 몇 대 맞고 말았다.

편집부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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