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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두 가지 ‘엄지척’, 그 결말은?정욱식(평화네트워크 대표)
편집부 | 승인 2019.02.07 20:03
정욱식 대표(평화네트워크)

단언컨대, 한반도 비핵화는 미국 자신과의 싸움이다. 비핵화는 미국이 ‘북한위협론’을 이용해 군산복합체의 주머니를 채워주고 군사 패권주의를 강화하려고 해왔던 약 25년간의 관성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미사일방어체제(MD)가 똬리를 틀고 있다.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MD는 누군가가 미사일로 미국이나 미국의 동맹국을 공격할 것이라는 ‘가정’이 있을 때 성립할 수 있다. 그리고 미국은 오랜 시간 북한을 그 구실로 삼아왔다. 한반도 평화가 다가올 때마다 MD 주창자들은 그 구실을 잃지 않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해 훼방을 놓았다. 그리고 이러한 시도는 대부분 성공했다.

트럼프의 두 가지 ‘엄지척’

미국시간으로 1월 17일, 미사일방어체제 검토(MDR) 보고서가 공개되었다. 펜타곤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렇게 강조했다. “목표는 단순하다. 미국을 겨냥해 발사된 미사일을 언제 어느 곳에서든 탐지해 파괴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무기판매왕’답게 이런 말도 덧붙였다. “미국의 MD와 기술 판매를 우선시할 것이다.” MD를 가리켜 엄지를 치켜세우면서 동맹국들을 향해 ‘MD 사세요’라고 판촉을 한 셈이다.

다음날 트럼프는 북한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을 만났다. 그리곤 “매우 훌륭한 만남”이었다며 또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 두 가지 풍경이 시사하는 바는 대단히 크다. 기실 MD 보고서 발표는 작년 5월에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되면서 그 공개가 한 차례 연기되었다. 9월이나 10월 발표가 유력시되었지만, 또다시 연기되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군사전문지 <디펜스 뉴스>는 백악관이 북한과의 회담을 의식해 MD 보고서 발표를 늦추라고 펜타곤에 지시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트럼프가 김영철과의 면담을 앞두고 이 보고서를 발표한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보고서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나라는 역시 북한이다. “북한과 새로운 평화로 가는 길이 존재”한다면서도 “북한의 능력은 미국과 동맹국들에게 비상한 위협”이라고 적시했다.

관건은 한반도 비핵화와 미국이 천명한 강력한 MD 구축이 양립할 수 있느냐에 있다. 이 모순 관계는 트럼프의 발언에서부터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작년 6월 1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고선 “북한의 위협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미국 주류는 북한의 능력은 거의 그대로라며,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말이 꼭 틀린 것만은 아니다. 당장 북한의 능력에 큰 변화가 없을지라도 관계의 변화에 따라 그 위협은 크게 감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성공하면

북한의 위협도 없어졌다고 하고, “북한과 전쟁을 하지 않게 된 것”이 본인의 가장 큰 업적이라고 자랑해왔던 트럼프는 MD 계획을 발표하면서 특유의 다른 얼굴도 선보였다. “북한의 잠재적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미국 본토 방어용 요격미사일을 현재 44개에서 64개로 늘릴 것을 지시한 것이다. 북한과의 협상에 실패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지만, 북핵과 MD의 악연은 이 수준을 넘어선다.

트럼프가 지시한 20개의 추가적인 요격미사일은 미국 서부인 알래스카에 배치될 계획이다. 그리고 펜타곤은 이러한 추가적인 요격미사일 배치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대응용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는 거꾸로 2차 북미정상회담을 비롯한 협상에서 비핵화의 진전, 특히 북한 ICBM 폐기가 진전될수록 미국의 MD 계획은 차질을 빚게 될 공산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과 러시아가 있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펜타곤은 이들 나라의 미사일 위협 대처는 ‘지역 MD’로 한정하고 미국 본토 방어는 자국의 “핵 억제력에 의존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만약 북한의 ICBM을 비롯한 비핵화에 진전이 이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알래스카에 요격미사일 배치를 강행하면 미국과 중국·러시아의 갈등은 더욱 첨예해질 것이다.

신속한 비핵화는 트럼프에겐 ‘현금’

이뿐만이 아니다. 이번 MD 보고서에서 가장 큰 비중을 둔 부분은 적대국의 미사일을 “이륙 단계”에 요격할 수 있는 신형 MD를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F-35 전투기에 탐지·추적 센서 및 요격미사일을 장착하는 방법, 레이저를 장착한 드론을 개발하는 방법, 심지어 우주에 요격체계를 배치하는 방법 등이 망라되어 있다. 그런데 펜타곤은 이러한 신형 MD 개발이 필요한 이유로 북한의 위협을 들고 있다. 비핵화와 MD가 팽팽한 긴장관계에 있다는 것을 거듭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게 바로 ‘보이지 않는 거대한 전쟁’의 실상이다. 지난 25년간 북한위협론을 꽃놀이패로 이용해온 미국의 MD파들은 이 패를 쉽게 내려놓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트럼프 본인도 자기와의 싸움을 피할 수 없다. 누구도 이루지 못한 한반도 비핵화라는 위업을 하루빨리 달성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시간을 끌면서 한국과 일본에 무기수출도 늘리고 방위비 분담금도 인상시키려는 유혹도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트럼프와의 만남을 앞둔 김정은이 과감해지고 현명해져야 한다. 비핵화 회의론자들의 눈과 귀를 의심하게 만들 정도로 신속하고 구체적인 비핵화 방안을 제시하면서 대타협을 시도해야 한다. 이게 바로 ‘피스메이커’와 ‘무기왕’이라는 두 얼굴을 지닌 트럼프와 긍정적인 케미를 일으킬 수 있는 방법이다.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MD 계획은 트럼프에게 ‘어음’에 해당된다면, 신속한 비핵화는 ‘현금’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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