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철학박사)

김경수 경남 도지사가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되었다. 법 앞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 이 법언(法言)은 민주주의 국가에선 진리로 통한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줄곧 무죄를 주장한 김 지사로선 충격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1심 재판 결과에 불복하고 항소를 하겠지만 도지사가 구속된 상황에서 경상남도도 당장 지도력 공백 사태를 맞게 되었다. 남부내륙철도 등 예타 면제로 건설의 시동을 걸어야 할 때 도지사의 부재는 여러 가지 도정 차질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비교적 젊은 정치 지도자에 속하는 김 지사로서는 당장 정치 생명이 어떻게 될지 모를 기로에 몰려 있다. 이런 일이 없었다면 여권의 차기 대권 후보로도 손색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는 노무현 시절부터 문재인과 호흡을 맞추며 성실하게 대통령을 보좌했다.

따라서 김 지사는 문 대통령의 최 측근 중 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말은 그의 법정 구속으로 문 대통령이 져야 할 정치적 짐이 너무 무겁게 되었다는 뜻이 된다. 집권 3년 차에 접어드는 문 대통령 입장으로서는 개혁 드라이브로 국정을 더욱 다질 때이다.

김경수 지사의 구속은 그 한 사람의 구속을 넘어 정부 여당의 한 축이 무너지는 결과를 가져 올 수 있다. 당장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 야당들과 조중동 중심의 보수 언론들이 쾌재를 부르며 공격의 고삐를 조일 것이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위기 국면을 맞은 것이다.

최근 보수 진영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정의당 노회찬 의원의 죽음, 김태우 신재민 등 관료들의 끈질긴 반발, 손혜원 죽이기, JTBC 손석희 사장의 폭행 관련사건, 박근혜의 아바타 황교안의 재기 등 일련의 흐름은 보수 집단의 기지개 켜기로 볼 수 있다. 여기에 김 지사까지 구속된 것이다.

보수의 성채(城砦)는 의외로 강고하다. 대통령 한 사람 바뀌었다고 해서 그들 세가 줄어들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그들은 강한 무기도 갖고 있다. 축적한 자본과 뿌리 깊은 인맥 그리고 건전한 야당까지 좌경 종북으로 몰 수 있는 전가의 보도(?)까지 가지고 있다. 일제 이후 짧지 않은 세월 이 땅에 군림해 왔다.

여기에 비해 개혁 세력은 생각보다 단단하지 못하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노무현의 ‘사람 사는 세상’에서 그것을 경험했다. '인간적인 것'만으로 안 되는 것이 세상에는 수두룩하다. 지금 문재인 정권에서 진행하고 있는 적폐 청산도 저항이 명분보다 강고하면 진척이 어렵다.

칼럼을 통해 몇 번 강조한 바 있지만 전 정권에 비해 문재인 정부가 우위에 있는 것이 도덕성밖에 없다. 이것 무너지면 잡은 권력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게 된다. 노무현이 보수 진영에 맥없이 정권을 내놓았듯이 그런 일이 문재인 정권에도 일어나지 말라는 법 없다.

그러면 대안은 뭔가? 개혁에 대해 더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되 건전한 야당 인사들을 끌어안으려 노력해야 한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의 회전문 인사가 떠오른다. 문재인 정권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야당에서도 수긍할 수 있는 인사를 발굴해서 등용하고 동시에 적폐 청산 등 개혁에 박차를 가하라는 것이다.

김경수 지사는 대법원의 최종 판결까지 갈 것이다. 도지사직 상실형의 유죄가 나올 수도 있다. 권력에 대한 보수 진영의 저항은 갈수록 그 정도가 더 심해질 것이다. 범 개혁 진영은 '사즉생(死即生)'의 마음으로 각자를 던질 각오를 해야 한다. 다음 대선 때 보수에 정권을 넘겨준다면 역사의 퇴보는 필연적 사실이 된다.

발행인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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