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목수 신명섭

나는 목수다. 아버지도 목수였고 내 아들도 목수다. 어쩌다보니 3대가 목수 일을 하게 되었다. 

나는 내가 목수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심지어는 목수가 아니라 목사가 되려 했었다. 잠깐, 아주 잠깐이지만 신학공부를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나는 목수가 되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나이 사십 먹던 해 상주로 귀촌했다. 허름한 농가를 빌려 대충 수리해 살면서 갖게 된 꿈, 우리 가족이 살 집을 내가 직접 짓고 싶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집 짓는 일에 대해 아무 것도 아는 게 없었다. 

당장은 집 지을 돈도 없었다. 그래서 내린 결론. ‘이왕 돈을 벌 바엔 집 짓는 일을 배우면서 벌자’ 그렇게 시작되었다. 

어느 겨울 우연치 않게 목조주택을 짓는 현장에서 일하게 되었다. 현장이 경남 산청에 있었으므로 그곳에 가서 숙식하며 한 달에 두 번 집에 다녀갔다. 난생 처음 해보는 건축 현장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더구나 한 겨울 삭풍과 추위는 초보 목수의 몸을 더 괴롭혔다. 

일을 시작한 첫 날, 지붕 마감재로 쓰이는 아스팔트 슁글을 어깨에 메고 사다리를 올라가는데.... 꽁꽁 얼어 돌덩이 같은 슁글의 무게는 그야말로 천근만근. 몇 번 오르락내리락 하고나니 과연 이일을 할 수 있을까 싶었다. 그래도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현장에 적응해 나갔다. 

그렇게 하루하루 고생하는 만큼 완성되어가는 집을 보면 왠지 모를 뿌듯함과 만족감이 느껴졌다. 그렇게 한 달 두 달이 지나 드디어 완성된 집과 그 집을 보고 기뻐하는 집주인을 보며 이 일이 내 직업이 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내 집을 직접 짓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일은 직업이 되었고, 이후 다른 이의 집을 지어주기를 십년 넘게 하던 어느 날,  그동안 고쳐 살던 농가의 지붕에 문제가 생겼다. 이제 지붕을 전면적으로 수리해야 하는데, 어차피 허물 집인데 돈 쓸 일 없다며 집주인이 거절했다.

십년 넘게 살며 정이 들어 그 집을 사려했지만 팔지도 않았다. 결국 그 마을을 떠나야 했지만 일 년 후 우여곡절 끝에 그 집 옆에 있는 땅을 사게 되었고, 그 땅에 드디어 우리 집을 직접 짓게 되었다. 

그동안 나를 따라다니며 일을 배운 6년차 목수인 아들과 틈틈이 현장을 따라다니며 일을 도와주었던 아내, 이렇게 셋이서 집을 짓기 시작했다. 최대한 적은 돈으로 우리가 원하는 공간을 만들었다. 2012년 8월 난 꿈 하나를 이루었다. 내손으로 내 집을 짓겠다는 꿈.  

이제 목수 생활 19년째다. 그동안 꽤 많은 집을 새로 짓거나 리모델링하면서 느낀 점이 참 많다. 각양각색의 사람들만큼이나 집에 대한 생각도 참 다양하다. 흙, 나무 등 자연 소재 외에 시멘트, 철, 모래, 지푸라기 등등.... 소재에 따라 짓는 방식도 달라진다. 

나는 나무가 좋아 나무집을 고집한다. 다른 재료들도 그렇지만 나무집 또한 장단점이 있다. 장점 중에서도 첫째라면 재료 자체가 자연 그대로라는 점이다. 집 한 채를 짓기 위해 많은 나무들이 잘리워져야 한다는 문제는 논외로 하고....

그 외 가공하기 쉽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다양한 형태가 가능하고 내부 공간구성도 변화무쌍하며 비교적 튼튼하다.  

단점으로는 갈라지거나 틀어지는 등의 변형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과 관리를 잘 못하면 곰팡이 등에 의해 상할 수 있으며 화재에 취약하다는 것.  사람에게도 누구나 장단점이 있는 법. 이와 같이 나무의 장단점을 잘 이해하고 관리하면 단점이 별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나처럼 자기 집을 스스로 짓고 싶은 사람들, 그중에 나무를 이용해서 짓고 싶은 사람들에게 내 경험을 나누고 싶어 이 글을 적는다. 난 건축학과 출신도 아니며 오히려 문과 출신이다. 그러므로 집을 멋지게 잘 짓는 법을 말하고 싶은 게 아니다. 

그저 거주 공간으로서의 집은 비 안 새고 겨울에 덜 춥고 여름에 덜 더우면 된다는 관점에서 출발한다. 최대한 친환경적이면서도 구조적으로 튼튼하고 단열은 잘되지만 숨을 쉬는 집. 조금은 쉬운 방법으로  조금은 저렴하게 지을 수 있는 집에 대해 얘기하고 싶을 뿐이다. 그것도 가족이 함께 살 집을 온 가족이 같이 지을 수 있는 집을....(계속)

신명섭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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