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철학박사)

손혜원 게이트라는 사람도 있다. 목포의 구도심을 살리려 한 사람이라고 평하는 이들도 있다. 판단지가 뭔지 모르겠지만 정 반대의 말들을 한다. 먼저 한 가지만 전제해 두자. 복잡다기한 오늘날 완전무흠(完全無欠)한 사람은 없다는 사실. 

손혜원을 옹호할 생각은 없다. 그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들은 바에 의하면 그는 상식선에서 약간 벗어나 있는 사람 같다. 혹자는 여걸이라고도 하고 또 다른 이는 손혜원을 싸가지 없다고 비아냥댄다. ‘끼’가 있는 여성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 '끼'로 유명 디자이너가 되었고, 하루아침에 국회의원까지 되었다. 겸손하면 좋을 텐데 그렇지 못하다. 손혜원에게 겸손함을 구하는 것보다 산에 가서 낚시를 하는 게 낫다고 주위에서 우스갯소리를 한다.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사니 주변에 척을 진 이들도 한둘이 아니다.

손혜원이 죽어가는 목포 구도심에 상식 이상의 애정을 갖는 것도 일반적이지 못하다. 돈 가진 여장부가 부의 축적에 관심을 두고 있다면 찌질하게 저런 데 투자하지 않는다.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구도심에 돈을 쏟아 붓는 것은 이재에 밝은 사람에겐 미련한 짓에 다름 아니다.

개인적인 이야기 하나 하자. 나는 군산에 종종 간다. 근대(近代), 특칭하자면 일제시대 문화를 엿보기 위해서다. 군산세관, 장미공연장, 미즈상사, (구)일본제18은행 군산지점 등지에서 일제의 수탈에 신음하는 민중의 소리를 듣게 된다.

군산에 뒤지지 않는 곳이 포구 목포다. 방문 날짜를 헤아리고 있을 때 손혜원 사태가 터졌다. 수백 억대의 검은 돈에는 입도 뻥긋하지 않다가 이걸 '게이트'로 이름 붙여 부르는 이들이 있다. 언론도 덩달아 신이 났다. ‘끝까지 판단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 땐 앵무새 역할을 하던 언론들이다. 정론직필 불편부당은 저당 잡히고 권력의 눈치 보기에 바쁘던 그들 아니었나. 권언 유착으로 주체하기 힘든 부를 축적한 보수언론 조중동이요 방송사들이다. 예외는 몇 안 된다.

솔직히 손혜원에게 '게이트'라는 단어를 붙여 부르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 '게이트'가 정치인 또는 고위 관리가 연관된 비리사건을 일컫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초선 손혜원이 게이트란 말을 붙일 정도로 정치권의 중진인가.

자한당을 비롯한 야당들의 모습은 이 건을 기화로 문재인 정권의 약한 고리를 끊어버리겠다고 벼르는 것 같다. 어떻든 정쟁을 일으켜 책임을 문재인 정권에 떠넘기려고 한다. 그들로 봐선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 구태 정치란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문화가 국력인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건 선언적 의미 즉, 구호의 성격이 짙다. 솔직히 돈이 문화까지 지배하는 세상이 아닌가. 손혜원과 목포의 관계도 투기에 불 밝히고 있는 사람에게는 투기로 보이기 십상이다.

전남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내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손혜원 의원이 1월 23일 목포시 대의동 박물관 건립 예정지에서 '의혹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문화를 보는 안목이 있는 사람의 관점은 좀 다르다. 돈보다 멸실되어가는 문화를 안타깝게 생각한다. 손혜원도 그런 사람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그는 한 번 한다면 하는 사람으로 여의도에서 알려져 있다. 여장부의 결기가 호락호락하지 않다.

손혜원 사태가 터졌을 때 떠오른 사람이 간송(澗松) 전형필(全鎣弼)이다. 그는 일본 등 외국으로 빠져 나가는 우리 문화재를 거액을 주고 사들였다. 전통 문화의 빈 부분을 보완하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국보 및 보물급 문화재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전형필은 조선 10대 거부(巨富)로 알려진 전영기(全泳基)의 차남이다. 그런 만큼 물려받은 재산이 적지 않았다. 그는 이 재산을 늘려 혼자 배불리려 하지 않고 문화재 수집으로 눈을 돌렸다. 이렇게 해서 만든 것이 간송미술관이다.

이런 전형필을 문화재 투기꾼으로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 문화재 지킴이로 본다. 일제와 결탁해 불의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한 친일 자본가들이 득실거리던 시대에 유(類)를 달리하여 문화의 중요성을 간파한 그의 혜안이 경이롭다.

이명박의 다스, 박근혜와 최순실이 결탁해 유용한 돈  그 외 정치권에서 오가는 거액의 검은 돈들이 떠오른다. 손혜원의 목포 투기(?)는 이것들과는 분명 결이 다르다. '손혜원 게이트'라고 날을 세우는 사람들, 그동안 정의 앞에 그렇게 떳떳했나?

사안을 침소붕대(針小棒大)하여 분쟁과 갈등을 즐기는 사람을 정치인이라고 하지 않고 정치꾼이라고 한다. 과거엔 정치인으로 입문해 험한 그 풍토에서 닳고 단 뒤 노회한 정치꾼으로 탈바꿈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정치인은 자신과 속한 당보다는 국민과 나라를 먼저 생각한다. 정치꾼은 그 반대다. 손혜원 사태를 보면서 다시 한 번 확인한다. 일부 언론과 하나 되어 나라를 온통 분쟁의 블랙홀로 몰아가는 무 개념의 정치꾼들!

다시 한 번 물어보자. 한 언론사가 ‘끝까지 판다’며 이빨을 갈면서 달라드는 보도, 어중이떠중이 정치꾼들이 제 세상 만난 듯 거기에 발 담그며 정의의 투사인 양 처신하는 모습…. 손혜원의 덩치만 키워줬다. 이런 것을 두고 소모전이라고 한다. 당장은 신나지만 아무에게도 득이 안 되는….

발행인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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