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철우 지사가 더 큰 꿈을 꾸려면.... .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철학박사)

우리 김천일보가 지역의 유력 인사들과 대담을 해 왔다. 지역을 이끌어가는 리더들이다. 이분들이 바로 서서 일하면 지역 발전이 한결 앞당겨질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서 말이다. 거의 한 바퀴 돌았다. 빠진 사람들은 또 기회를 봐서 대담을 하려 한다.

그 중 두 번이나 펑크를 낸 사람이 이철우 경북 도지사다. 270만 도민을 책임지고 있는 분으로서 지역 신문과의 대담 시간을 낸다는 것은 결단을 요하는 일일 것이다. 그래서 최종 서면 인터뷰 방식을 취하기로 하고 준비를 했다.

신문사 입장에서 경북 도지사와의 대담은 유별나게 준비를 더 많이 했다. 질문지를 만드는 데에도 며칠이 소요된다. 개인 이철우에서부터 김천 국회의원 출신 이철우, 경북 도지사 이철우 그리고 중앙 정치의 중심을 노리는 이철우까지 물어 볼 내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대담 질문지를 보낸 뒤 며칠 지나서 경북 도청 언론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14개 질문 중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항목이 답변하기 곤란하다는 내용의 전화였다. 빼고 나머지만 보내면 안 되겠느냐는 거였다.

순간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이철우 지사가 한없이 왜소하게 느껴졌다. 이런 언론관을 갖고 어떻게 국회의원을 거쳐 도지사가 될 수 있었을까. 실망의 마음이다. 또 다른 하나는 이 지사에게 보고도 하지 않고 비서진에서 일을 이런 식으로 처리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지사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나는 그가 국회의원으로 정치여정을 마칠 거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그런 예측을 벗어나 도지사가 되었다. 그렇다면 그에 대한 시각도 교정되어야 한다. 지금 자유한국당 지도부를 노리고 있는 사람들의 면면을 훑어 볼 때, 이 지사라고 차기 대권 주자에 들어가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까지는 몇 가지 전제가 따른다. 정치를 하는 사람들 또는 그 동네를 기웃거리는 사람들은 정치인의 '맷집'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어떤 매에도 버텨낼 수 있는 힘이 바로 맷집이다. 대권에 도전했던 사람들을 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맷집 강한 사람은 대권을 거머쥐었다. 김대중과 김영삼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 같은 정치인들이 여기에 속한다. 맷집 약한 사람들, 즉 매 맞기 싫어한 사람들은 대권에 실패했거나 중간에 물러나야 했다. 이회창과 박근혜가 대표적이다.

이철우 지사는 이들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을 필요가 있다. 대권까지 생각하지 않고 도지사로 머물더라도 말이다. 간신(奸臣)은 듣기 좋은 말만 하고 충신(忠臣)은 꼭 필요한 말만 한다. 혹 대권에 일말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다면 당당하게 나아가기를 권한다. 속으로는 노리고 있으면서 겉으로는 아닌 척하는 것, 유신 때까지는 그런 처신이 필요했다.

정치인은 언론 앞에 떳떳해야 한다. 자신의 의견에 반하는 질문도 '아니면 아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정치인, 오늘날은 그런 정치인을 필요로 한다. 단 것만 날름날름 받아먹기를 좋아하는 정치인은 정치적 당뇨병에 걸리기 쉽다. 따라서 정치 생명이 길지 못하다. 그런 사람을 많이 보아왔다.

이른바 지역 리더들과 대담을 하려면 자료 준비에 주변 정보 취합까지 많은 공력을 필요로 한다. 이철우 도지사와는 취임 후 두 번 대담 요청을 했다. 취임 100일째 될 때 한 번, 올 초 신년 대담으로 또 한 번. 두 번 다 동일한 주문이 들어왔다. 몇 개의 질문 문항이 민감한 문제로 답변하기가 곤란한 것이니 빼자고 했다.

인터뷰의 묘미는 감추고 싶은 것을 콕 집어 풀어내는 데 있다. 그래서 대담자의 상(像)을 새롭게 형상화해 대중에게 전달하는 데 있다. 그것을 잘 하는 인터뷰어를 유능한 언론인, 훌륭한 앵커로 친다. 미국의 여성 앵커 오프라 윈프리와 ABC 방송 피터 제닝스 같은 사람은 이런 능력이 뛰어났다.

솔직히 잘 모르겠다. 이철우 지사가 지사로 끝날지 아니면 더 큰 꿈이 펼쳐질지. 지사도 단임으로 끝날지 아니면 연임까지 갈지... .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이런 왜소한 맷집으로는 지사 연임도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도정(道政)에 푹 빠져 있을 이 지사가 이런 것까지 돌아볼 여유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

발행인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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