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위반 과태료를 신용카드로 결제할 경우 경찰청은  수수료 명목으로 1%를 더 받고 있다(사진 = YONHAP NEWS)

현대를 신용사회라고 한다. 신용카드 하나로 많은 것을 해결할 수 있다. 물건을 구입하고 신용카드로 계산한다. 일반 영업소는 말 할 것 없다. 면동 사무소 등 관공서에서 민원서류를 발급받고도 카드 하나면 결제가 끝난다. 소액을 카드로 처리하는 데에 미안함도 없지 않지만 직원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고맙다는 말이 돌아온다.

어제 경찰서 민원실을 찾았다. 교통을 위반한 관계로 과태료를 내기 위해서다. 누구나 한두 번쯤 경험한 바 있겠지만, 교통질서를 위반해서 잘못한 건 분명한데 안 나가도 될 돈이 나가는 것 같아 기분은 언짢다. 그런데 기분을 더 헝클어지게 하는 일을 당했다. 카드로 과태료 계산을 하면 수수료 1%를 붙여 내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속도위반으로 6만 원의 과태료가 나왔을 때, 신용카드로 결제를 할 경우 1%의 수수료를 더해 6만 6백 원을 계산해야 한다. 돈의 다과가 문제가 아니라 먼저 기분이 안 좋다. 그 다음, 시대 조류에 그 어느 곳보다 민감해야 할 경찰청이 신용사회를 거스르는 것 같아 반발심이 일었다. 간혹 있는 일반 영업점에서 카드 계산에 수수료를 붙여 받는 경우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지금 카드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큰 업체뿐 아니라 중소 영업점들까지 카드 계산을 하고 있다. 카드 계산이 널리 확산되어 있다. 카드로 계산을 하면 거래가 전산망에 잡히게 되어 세금 등 영업소에서 부담해야 하는 몫이 그만큼 늘어난다. 따라서 가급적 현금 거래를 원하지만 카드 결제가 대세인 시대 조류를 거스르기 힘들다. 그렇다고 수수료로 빠지는 금액을 더해 처리할 수도 없다.

다른 관공서와 마찬가지로 경찰청의 신용카드 결제도 활성화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현금으로 계산할 때와는 달리 신용카드 결제 시 수수료를 붙여 계산하게 한 것은 누구의 머리에서 나온 건지 모르겠지만 아주 우둔하고 미련한 아이디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시민에 대한 고려를 전혀 하지 않은 처사이다.

카드 결제 1% 수수료 붙이기는 김천경찰서뿐 아니라 경찰청 산하 모든 기관에서 공통으로 적용되고 있는 일인 것 같다. 내가 어제 만난 김천경찰서 담당자는 수수료 문제는 카드회사에 이의제기해보라고 했는데 이게 과연 소비자가 카드 회사에 부당함을 건의해야 할 성질의 것인가. 경찰청과 카드회사의 문제를 왜 소비자인 시민이 나서야 하는가.

교통 위반 과태료는 물건을 사고 치르는 돈이 아니다. 물건 원가에 영업이익, 유통 관리 비용, 거기에 세금을 더해 값을 산정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는 말이다. 잘못 운전한 데 대한 부과금이다. 카드 수수료를 붙여서 소비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할 명분이 많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도 이젠 달라져야 한다. 잘못에 대한 값을 치르고도 기분이 개운해서 사회가 조화롭고 질서 있게 운용되는데 일조하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게 해야 한다. 경찰청의 의식 구조만 바뀌면 대한민국 한 단계 업그러이드 된다는 뒷말을 깊이 새겨들어야 한다. 경찰청, 아직 멀었다.

취재부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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