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하가 꽁꽁 얼어붙은 한겨울인데도 연초인지라 모두들 바쁘다. 그럼에도 시간을 내어 참석한 회원들이 고맙다. 회원들도 회원들이지만 오늘의 게스트(발제자)가 더욱 고마운 발걸음을 했다. 지난 해 지자제 선거 후 관계 두절의 상태에 있는 그를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했다.

초등학교 총동문회 회장을 떠밀리다시피 해 맡는 바람에 그쪽 동문회에 참석했던 것이 그동안 유일한 관계화였다. 그런데 김천혁신포럼의 초청에는 직감적으로 응해야 할 것 같았다는 것이다. 왠지 모르겠지만 응해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는 것. 이렇게 생각한 주인공은 김응규 전 도의회 의장이다.

아마 김천 사람 치고 그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방 정치 30 여년, 정확히 말하자면 28년 7개월이다. 그동안 초대 기초의원 한 번, 도의원은 네 번 당선되었다. 시민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는 것을 말해준다. 각종 선거에 여덟 번 출마하여 다섯 번 당선, 세 번 낙선의 결과를 맛보았다.

지난 김천시장 선거에서의 충격은 컸던 것 같다. 자유한국당 깃발만 꽂으면 당선은 따논당상인 우리 지역이라고 했다. 그래서 본선(시장 선거)보다는 예선(당 공천)에 관심이 집중되었다. 역대 모든 선거가 그랬다. 그런데 지난 지자제 선거는 그렇지 않았으니... .

김 전 도의장은 정치에도 운이 따라야 한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판세를 잘못 읽은 탓이 클 것이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에 오른 것이 자신의 시장 선거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그런 일이 아니었다면 시장에 안착하는 데에 큰 무리가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정치 입문 동기를 물었다. 박정수 전 국회의윈과 박팔용 전 시장의 권유가 있었다고 했다. 선친의 고향이 북한의 평안북도 강계이다. 그러니까 그는 월남 가족인 셈이다. 선친으로부터 귀가 닳도록 "너는 김천시장이 되어야 해"를 반복해서 들어야 했다. 그것이 청년 김응규의 꿈이 되었다.

시장이 되기 위해서는 '시의원-도의원-시장'이라는 계단을 차근차근 밟고 올라가야 한다는 것까지 선친이 조언했다. 선친의 뜻을 받들어 그는 그 길을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받아 들였다. 그 꿈은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만이 도달할 수 있는 것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의 파란만장한 삶을 몇 마디로 줄인다면 '의리'와 '끈기'  그리고 꾸준한 ‘도전 정신’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는 매너리즘을 무엇보다 싫어한다. 실패할 확률이 있더라도 끊임없이 도전하는 것이다. 여기서 창의성이 발현된다. 사람들은 그에게 오뚜기란 이칭(異稱)을 붙여 주었다.

초대(1991년) 기초의원은 사상(捨象)하고 네 번의 도의원 재임 때 한 일들 중 중요한 것만 몇 개 들려달라고 했다. 그는 서슴지 않고 교육환경위원회 활동이라고 밝혔다. 그는 운영위원장과 도의회 의장 잠깐 역임한 기간을 빼고는 교육환경위원회를 벗어난 적이 없다. 12년을 그 위원회에만 올인했다.

왜일까? 교육에 국가의 장래가 달려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교육이 제대로 작동해야 나라가 발전한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육을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하지 않는가. 그가 도 의장으로 있을 때에만 김천 교육을 위해 200 억의 도 예산을 끌어왔다고 한다. 김천 관내 각 학교  체육관 건축엔 그의 힘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고 했다.

또 내세울 수 있는 것은 도 의장으로 있을 때 도 산하 공공기관 단체장 인선을 위해 인사검증위원회를 설치한 것을 들 수 있다. 주먹구구식 인사에서 청문회를 방불케 하는 체계적 인사로 바뀐 것이다. 또 있다. 도의회 도정 질의 시 필요할 때 도지사가 직접 나와서 의원들과 1문 1답하도록 조례를 제정한 것을 들었다. 지금의 이철우 지사가 시껍할 거라며 껄껄 웃었다.

지난 선거에서 있었던 일들은 이미 과거사가 되었다며 들추어내고 싶어 하지 않았다. 좋지 않은 일들이 트라우마가 되어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스멀댈 것이다. 다만 한 가지 꼭 하고 싶은 말은 선거에서 페어플레이만 지켜지면 그것이 바로 개혁이자 혁신이라고 했다. 그만큼 어렵다는 말로 들렸다. 김천혁신포럼에서 이런 데 신경을 많이 써 줄 것을 부탁했다.

김 전 의장에게 후유증을 극복하기 위해 뭔가 몰두할 것이 있어야 할 것 같았다. 지인들의 권유로 지금 두 가지 일을 하고 있다. 하나는 시계(市界) 근처 한 중학교 이사장을 맡아 봉사하고 있고, 또 다른 하나는 송아지를 키우는 일이다. 두 가지 모두 정성과 사랑을 필요로 하는 것이어서 그를 새로운 분위기에 젖어들게 하고 있다.

30년 지역 정치 노하우를 사장(死藏)시킬 거냐는 직설적으로 물었다. 답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다. 그는 사회와 시대의 흐름에 눈을 감고만 있지 않겠다는 선문답식 답변을 내놓았다. 무슨 말인지, 어떤 뜻인지 듣는 이의 해석은 가지각색일 것이다. 지역 발전을 위한 일이라면 갖고 있는 것을 모두 내 놓겠다는 소리로 나에겐 들렸다.

포럼 장소인 음식점에 이야기해 놓은 시간에서 40분이나 지나 있었다. 덕담만 주고받는 자리, 칭찬 일변도의 자리 또는 마치 죽은 자의 부활을 간구하는 듯한 위로의 자리가 아니어서 좋다고 했다. 김천혁신포럼의 창립 취지도 이런 것이다. 계급과 정파를 초월해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상호 보완재 역할을 하는 공론의 장, 그것을 향한 제32차 포럼이었음을 보고한다.

취재부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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