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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폐광
이세형 | 승인 2019.01.17 00:29

                폐 광 
                           이세형 시(詩)

            이세형 시인



숨 없는 파고
이미 생명이기를 거부한 진폐증 환자들
 
강제 징용으로 인권을 유린당하고
벌레만도 못한 멸시 극한의 노동    
몸조차 움직일 수 없는 척박한 갱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그 어디에도 따뜻한 육체는 없었다

쉴 공간이 없음으로 
내일이 없고 처절한 끝만 보이는 
하늘은 사악한 형상으로  
발파를 종용하고 검은 가래를 토악질 했다

하시마,
들어온 이상 목숨은 내 것이 아니다

퀭한 눈동자 앙상한 뼈 
굶주린 배는 석탄가루로 대신하며
갈기갈기 찢긴 역사로
나라 잃은 설움을 캐내고 있다 

산 자조차 죽을 수 없는 막장엔 
아직 생을 다하지 못해 
121명의 처절한 영혼으로
자유를 부르짖는 15살 소년이 살고 있다 

* 역사의 사건을 소재로 한 시를 역사시라고 한다. 물론 내용적 규정이다. 서사시 서정시 극시 등의 형식을 띨 수 있다. 역사시가 어려운 것은 객관적 사실에 감정을 쏟아 부어 감동을 불러 일으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 시는(폐광) 슬픈 역사의 한 장면을 서정적으로 잘 형상화하고 있다. 하시마(端島)는 일본의 작은 섬이다. 한 때 석탄 생산으로 명성을 떨쳤다. 조선인도 징용으로 끌려가 노동력을 착취당한 뒤 그곳에 뼈를 묻어야 했다. 그래서 일명 지옥섬 또는 감옥섬으로 불렸다. 이 시인이 하시마 탄광을 소재로 시 한 편을 생산해 낸 의미는 결코 적지 않다. 언어의 조련으로 옥구슬 같은 시만 쓰는 줄 알았는데, 역사의 슬픈 현장에 렌즈를 맞출 줄도 아는 이 시인은 특별한 존재다. 진폐증, 강제 징용, 극한 노동, 척박한 갱구를 여과 없이 들춰내고 있다. 즉 생명을 다 해가는 하시마 탄광에 메스를 가하고 있다. 고된 노동에 무릎 꿇고 죽어간 121명의 영혼, 15살 소년으로 전화해 소리치고 있다.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처절했던 현장이 슬픈 기색으로 과거를 증언한다. 오, 피압박 민족의 고되고 슬픈 역사를 담고 있는 하시마여, 군함도(軍艦島)여! 그러나 폐광에 폐허가 된 하시마는 아무 말이 없다(耳穆).

영화 '군함도(軍艦島)의 한 장면(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이세형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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