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기해년 첫날의 소확행(小確幸)
반쪽짜리 법당을 찾아서....

당장 눈발이라도 날릴 듯한 새초롬한 날씨였습니다. 친구들과
새해 첫날이라고 의미 있는 곳을 다녀오자며 나선 곳이 구미시 도개면에 있는 문수사입니다.

사실은 친구들 모두가 기해생(59년생)인지라 올해가 환갑(還甲)입니다. 모두들 이루어 놓은 것도 없이 나이만 먹은 것 같아서 마음이 착잡하다고 합니다.

친구들과 호젓한 산길을 걸으며 앞으로 살아 갈 방향도 생각을 해 보고, 여러 날에 걸친 송년회로 피로에 찌든 심신도 달랠 겸
나선 산행이기도 했습니다.

문수사 대웅전에서 솔밭 길을 따라
200m정도 올라가면 사자암이 나옵니다. 사자암까지 올라가는
길은 산책하기에 더 없이 좋은 길이랍니다. 그래서 이름을
솔바람길이라고 지었겠지요?
 
산자락을 따라 돌계단을 오르는데 장사익의 '찔레꽃' 노래가 나지막이 들려옵니다. 코끝을 자극하는 은은한 소나무 내음도 참 좋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문수사를 찾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자암(獅子菴)입니다.
암자의 이름을 사자암으로 지은 이유는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암벽에 커다란 사자의 얼굴형상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풍화작용으로 생겨난 것이겠지만, 마치 사람이 조각해 놓은 듯 아주 선명하게 보입니다. 

사자처럼 보이는지요?
위풍당당한 숫 사자의 모습이라는데 보는 각도에 따라서 조금은 달리 보일수도 있겠습니다.

설명문을 찬찬히 살펴봤더니....

문수사는 고려시대에 납석사(納石寺)로 창건되었다가 조선시대 말에 폐사 되었는데, 60년 전에 다시 개창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연 암벽의 굴속에는 
오래 전부터 불상이 있었다네요.

또 일설에는 당나라에 유학 갔던 자장율사(慈藏律師)가 당나라의 청량산과 같은 지형의 이 땅을 보고는 굴속에 들어가 7일 동안 기도를 올리니 땅 속에서 문수보살이 현신하는 꿈을 꾸고 땅을 파 보니 문수보살상이 나와 그곳에 문수전(文殊殿)을 지었고, 절 이름을 문수사라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 내려온다고 합니다.

사자암의 법당은 이름을
사후전(獅吼殿)이라 지었군요.
'사자가 울부짖는 전각'이 되나요? 

사후전에서 바라보는 도개면의 풍광이 제법 시원하게 보입니다. 
딱히 불자가 아니더라도 
멋진 풍광을 볼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사자암에 오를 만합니다.

난간에 기대어 근심 걱정 없는 피안(彼岸)의 세상에서 한참을 머물다, 다시 차안(此岸)의 현실 세계로 터덜터덜 걸어서 내려 왔습니다.

사자암에는 사자바위만 유명한 줄 알았더니 사자를 닮은 개도 있었군요. 어찌나 영리한지 사람의 말귀를 알아 듣는다고 합니다.
 
끝으로 문수사 칭찬을 할까 합니다. 이곳 절에서는 경로잔치뿐만 아니라 장학사업도 하신다네요. 

새초롬한 날씨가 따뜻하게만 느껴집니다. 불전함에 넣은 
몇 푼의 돈 때문일까요? 
괜스레 마음까지 훈훈해집니다.

문홍연  daum.net

문홍연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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