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운문적인 꿈

류명자(대구 거주, 관광경영학박사)

                             류명자(계명대ㆍ경북대 강사 역임, 경영학박사)

신발을 잃어버리고 찾아 헤매는 당신을
멀리서 바라보다
울먹이며 잠 깬 겨울 새벽
당신은 어디에도 없는데
또
모든 곳에 있다

강원도 인제 하고도 곰배령
사나흘 폭설 소식
건설 습설 대설주의보에서 경보로 바뀌니
창 밖 빗소리가 
함박눈으로 변해 나붓나붓 자자해지고

푹푹 빠지는 눈 속을 맨발로 
내게 오시는 당신
간곡하게 엮은 설피(雪皮) 하나 보내니 
그 눈신을 따라
사라져버린 산길 건너 뛰어

당신은 펑펑 나에게 오고
나는 펄펄 날리듯 반기고

* 류명자 시인이 시 몇 편을 보내왔다. 문학지 아니면 일반 신문에 인쇄되어 읽는 시도 좋지만 시인에게서 직접 받아 읽는 것은 여느 것 못지않게 감칠 맛이 있다. 그 중 겨울을 그린 시를 한 편 뽑았다. '겨울' 하면 눈 아닌가. 눈 오는 정경을 배경으로 사랑하는 '님'을 노래하고 있다. 사랑은 주고 받아야 제격이다. 눈 속을 헤매며 오는 '당신'을 그렸지만 이 시는 일종의 사부곡(思夫曲)이다. 강원도 두메 산골 대설주의보 속을 사랑으로 수 놓고 있다. 온갖 시어(詩語)를 다 동원해서.... .  '신발', '설피(雪皮)', '맨발'은 눈길을 아우르는 소재이자 시적 자아와 '님'을 이어주는 사랑의 가교이다. 시어의 선택도 탁월하다. 시가 산문화되어 가는 추세에 운문의 진미(眞味)를 보여주고 있어 고맙다. 시의 제목 '너무나 운문적인 꿈'은 '너무나 시적인 꿈'과 같은 말이다. 시이니 시를 피휘(避諱)한 셈이다. 추운 겨울에 시원함을 느꼈다면 실례일까?(耳穆) 

편집부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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