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부항댐에는 "생각하는 김영감"이라는 조형물이 있답니다

물론 정식 명칭은 아니구요. 댐에
자주 들리는 제가 지었습니다.
이름이 나쁘다고 항의를 하셔도 
달리 어찌 할 방법도 없습니다.
 
오늘은 "생각하는 김영감"에 어울리는 시를 적어 보겠습니다.
  
            부재(不在)
                         詩/김춘수

어쩌다 바람이라도 와 흔들면
울타리는 
슬픈 소리로 울었다

맨드라미 나팔꽃 봉숭아 같은 것
철마다 피곤
소리 없이 져버렸다

처음 한겨울에도
외롭게 햇살은
청석(靑石) 섬돌 위에서
낮잠을 졸다 갔다.

할 일 없이 세월은 흘러만 가고
꿈결같이 사람들은
살다 죽었다.

***  ***  ***  ***  ***  ***  ***

오래 전에 한국시인협회에서 
'한국의 10대 시인'을 선정했던 적이 있었다네요. 면면을 살펴보면 김소월, 정지용, 한용운, 서정주, 백석, 김수영, 김춘수, 이상, 윤동주, 박목월 시인입니다.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만한 이름들입니다. 뭐 선정 당시에는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일반인들은 대체로 공감을 하는 듯도 합니다.

김춘수시인은 다 들 아시죠?
시인의 대표작은 "꽃"일 겁니다

시를 별로 읽지 않는 사람들도 
"꽃"이라는 시는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시입니다. 
하지만 시인은 무슨 마음에선지 80년대 전두환정권 시절에 
전국구 국회의원이 되면서 그의 시를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킨 적이 있었지요.
뭐 예전에도 유명한 문인들이 마음을 달리먹고 친일파나 정권을 찬양하는 시를 쓴 적은 있었지요.
그래도 김춘수시인에게는 
'옥의 티'로 보입니다.

시인의 "꽃"도 유명하지만,  
저는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렸던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 이라는 詩가 먼저 떠오릅니다. 

이렇게 시작되지요.

"다뉴브강에 살얼음이 지는 동구의 첫 겨울...."

제가 시의 뜻을 잘 몰라서 엉뚱한 질문을 하는 통에 국어선생님께 손바닥을 여러 차례 맞았걸랑요.
그래서 지금까지 기억을 합니다.

그리고 언급한 詩외에 "부재"라는 시가 너무 마음에 와 닿습니다.

제가 시골에 살아서 그럴까요? 농촌의 정겨움이랄지 나른함도 좋구요. 허무주의 같은 시구도 마음에 듭니다.

특히나 요즘 같은 연말이 되면 하릴없이 흘러가는 세월과, 세월 따라 더해지는 묵직한 나이가 부담스럽기도 하지요. 

사진은 제 텃밭입니다.
아무렇게나 놓인 돌들하며....
말라비틀어진 꽃잎들....

김춘수시인이 쓰신 
부재(不在)의 마지막 시구처럼
"할 일 없이 세월만 흘러만 가고 
꿈결같이 사람들은
살다 죽었다"

그랬답니다. 세월은 흘러서 
유명한 시인은 돌아가시고 
농부는 그의 시를 끄적거립니다.

문홍연  daum.net

문홍연  daum.net

<저작권자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