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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문재인 정권의 '갈 지(之)' 자 행보장성익(환경과생명연구소 소장)
편집부 | 승인 2018.12.05 16:39
장성익 소장(환경과생명연구소)

요즘 문재인 정부의 발걸음이 여러모로 꼬이는 듯하다. ‘촛불 정부’를 표방함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개혁 작업은 지지부진한 탓에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나는 두 가지 대목을 주목하고 싶다. 하나는 환경 쪽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정치 쪽 이야기다.

첫째, 환경 쪽. 최근 정부는 문 대통령의 체코 방문 등을 계기로 원전 해외 수출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탈원전 정책을 추진한다면서 외국에 원전을 수출한다? 이게 말이 되는가? 이율배반이자 자가당착이다. 

청와대는 이런 식으로 해명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는 건 좁은 국토에 워낙 원전이 밀집돼 있어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이고, 원전을 중요한 에너지로 사용할 필요가 있는 나라들은 그 나라 특성에 맞는 원전 정책을 추진하면 된다고 말이다. 

논리 자체도 궁색할 뿐만 아니라, 단순히 안전성 문제를 넘어 수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죽음과 재앙의 에너지’인 원전에 대한 이해 자체가 턱없이 천박하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다. 

또한 정부는 최근에 새만금 일대에서 대규모 태양광 에너지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재생 에너지 정책을 이런 식으로 추진해도 되는가? 

하나의 특정 장소에서 거대한 규모로, 그것도 중앙 집중 방식으로 재생 에너지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주민 참여형 풀뿌리 민주주의, 에너지 자치와 자립, 지역 분산 등의 가치를 추구하는 재생 에너지의 본령에 한참이나 어긋나는 것이다. 새만금 사업에서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광범한 해수 유통으로 그 풍요롭고 아름다웠던 바다와 갯벌부터 살리는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이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과 재생 에너지가 세계적 추세이자 선진적인 흐름이라는 것 정도는 안다. 하지만 이것들에 담긴 진정한 가치나 의미는 모르거나 외면한 채, 그저 남들이 하는 좋은 일이라니까 따라하는 식에 머물고 있다. 

탈원전과 재생 에너지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나 신념, 진정성 같은 것은 없이 대충 흉내나 내고 시늉만 하고 있는 것이다. 내용만큼 중요한 것이 형식이다. 방식과 절차가 잘못되면 내용도 훼손될 수밖에 없다.

둘째, 정치 쪽. 최근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선거제도 개혁에서 공약을 뒤집으면서까지 후퇴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선거제도 개혁의 핵심인 ‘연동형’ 비례대표제 추진에 딴죽을 걸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뒀다. 16개 광역단체장 중 14개, 211개 기초단체장 중 151개, 850명 광역의원 중 650명, 1900명 기초의원 중 1600명이 당선됐다. 하지만 그 이면에 감추어진 사실은 어처구니가 없다. 

예컨대, 지난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50.92%의 정당득표율로 서울시의회 의석수의 92.7%, 102석을 차지했다. 반면에 50%를 득표한 나머지 정당은 전부 다 합쳐도 단 8석, 7%의 의석만을 얻는 데 그쳤다.

아마도 여태껏 치러진 선거 가운데 가장 비례성이 떨어진 선거였을 것이다. 또 다른 예로, 정의당의 서울시 광역의회 정당득표율은 9.69%였지만 정의당이 얻은 의석은 110석 중 비례대표 단 1석, 다시 말하면 전체 의석의 0.9%뿐이었다.

이게 말이 되는가. 더불어민주당의 최근 행보는 거의 전적으로 정치 기득권 세력의 이기적이고도 탐욕적인 횡포에 다름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촛불 정부’가 맞는가? 

많은 사람이 헌법 개정보다 더 중요하다고 얘기하는 게 선거제도 개혁이다. 이것을 통해 우리 사회의 제대로 된 개혁과 변화를 위한 가장 실질적이고도 구조적인 토대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민주정부네 개혁정권이네 말로만 떠들면서 폼이나 잡고 시늉만 내선 안 된다. 달콤한 기득권에 취해 편협한 당리당략에 따른 이해타산에만 골몰하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 오만한 권력은 망하게 돼 있다.     

나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으로 상징되는 정치세력을 근본적으로 신뢰하지 않는다. 큰 기대도 하지 않는다. 기껏해야 중도 우파 정도의 세력들 아닌가(그것도 온갖 잡탕들이 뒤범벅된). 

이들에게 우리 사회의 전면적이고 본질적인 변혁을 바라는 건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그저 내가 소망하는 건, 그런 한계 내에서나마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이라도 최선을 다해 완수하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선한 의지나 온화하고도 포용적인 품성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한반도 평화 진전 등 몇몇 분야에서 값진 성취를 일구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것으로, 또는 그 정도로 세상이 제대로 바뀌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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