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희(시사 평론가)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이 오랜만에 의기투합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통한 선거제도 개편을 관철시키기 위해서이다.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사실상 개편을 바라지 않는 분위기이다.  현행 선거제도가 거대 양당에게는 실제 당 지지율보다 더 많은 의석을 보장해 주기 때문이다. 

민의를 그대로 반영하는 선거제는 본래 민주당에서 강력하게 주창하던 아젠다이다. 새누리당의 콘크리트 지지율이 30%니 40%니 하던 시절에 강고한 보수 세력에 맞설 수 있는 방법은 그들이 지지율 만큼만 국회의원 수를 가져가서 국회 과반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유일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은 입장이 뒤바뀌었다. 민주당의 지지율이 40%를 상회하고,  의석수도 43%에 이르니, 이제 그 절박함이 사라진 것일까?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소극적 반대의사를 표명하는 것도 결국 자기네들 밥그릇과 관련되어 있다. 

하지만 밥그릇도 밥그릇이지만, 20년 집권을 주장하고 있는 이해찬 대표의 입장에선, 의석수가 줄어들어 국회의 주도권을 상실하면, 당장 다음 정권의 창출이 어렵게 되고, 그 책임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수용해 준 본인에게 돌아올 것이 뻔하기 때문일 터이다. 

그럼 연동형 비례대표제란 무엇인가. 언론에서 이렇게 저렇게 설명하고,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중대선거구제를 비교분석 해버리니 일반 시민들은 사실 정확하게 그 본질을 이해하기 어려워진다. 어렵게 설명해서 선거제 개편을 무산시키는 것이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진정 원하는 바인지도 모를 일이지만 말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아주 쉽게 설명하자면, 국회의원 정수 300석 중에 비례의석 47석을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이 나눠 갖는 것이다.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이미 지역구에서 각 당의 지지율만큼 의석수를 확보하기 때문에 나머지 비례의석 47석은 거대 양당을 제외한 작은 정당들이 온전히 나누어 갖는 제도이다. 

이 제도의 도입은 미래의 정치 환경에 큰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비례의석 47석이 소수 정당들에게 주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 각 분야에서 나름대로 제 목소리를 내던 많은 다양한 사람들이 보다 쉽게 국회로 들어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리고 소수 야당의 비례대표 순번이 곧 각 당의 정체성을 나타내 주고 이들 중 47명이 매 총선 때 마다 새로이 국회로 유입되는 것이다.  

지금이야 거대 양당의 총선 공천권을 가진 사람에게 충성맹세를 한 사람들이나 정당 내에서 오랫동안 고생했던 사람들이 많이 비례의원으로 입성하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다르다. 거대양당은 지역구에 집중하고, 소수야당들은 비례대표 영입에 골몰한다. 

대한민국 사회의 다양성을 반영하는 47명의 비례대표가 사실상 거대 양당이 팽팽히 맞서는 사안에 대해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되는 현상이 일어난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의 위상도, 곧 거대양당에 흡수될 정당이 아니라, 오래도록 지속될 야당이 되는 것이다.  이는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입장에서도 흡수통합을 목적으로 당분간 대화할 상대가 아니라, 줄 것 받을 것을 면밀히 계산해서 오랫동안 협의해야할 항구적인 야당으로 인식되게 된다. 

그래서 손학규와 정동영에게는 이번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12월 국회의정부 예산안 통과와 연계해서 가열차게 한번 다툴 수도 있을 것이다. 

찬성이나 반대는 모두 시민들의 몫이지만, 제대로 이해하고 찬반을 결정하는 것은 양식 있는 선진 시민의 기본 소양이다. 12월 정부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민들의 눈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집중될 것이고, 이것이 손학규와 정동영이 바라는 구도이다. 

대한민국의 미래 정치 환경을 결정하는 중요한 순간에 김천의 시민 여러분들도 소신껏 찬반의 논리를 펼쳐보시길 바란다. 

김병희  daum.net

김병희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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