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연의 김천 문화유산 답사 - 봉황루와 김산향교를 찾아서

<누정(樓亭)>은 누각과 정자를 함께 이르는 용어이며 공적인 공간으로 이용하는 큰 규모의 경우는 '누(樓)', 사적인 공간으로 이용되는 경우엔 흔히 '정(亭)'이라고 불렀습니다. 또 누정과 비슷한 구조를 가진 건축물 중에서 대(臺), 당(堂), 헌(軒), 사(舍), 재(齋) 등이 있는데, 모두 누정으로 구별 없이 불려지고 있습니다.

기능으로는 관청, 유흥, 휴식, 접빈, 수양, 강학, 추모 등 다목적인 용도로 이용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우리고장의 누정은 총54개로 이중 29개소는 읍치(邑治) 해제(解除)와 홍수로 훼철(毁撤)되고 현재 대와 누,정이라는 명칭으로 불리는 것이 25개 남아 있습니다.

<향교>는 공자와 그 제자들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면서 지방의 인재를 교육시키는 기관입니다. 구조로 보면 제사를 드리는 '대성전(大成殿)'과 학생을 가르치는 '명륜당(明倫堂)'으로 나누고 배향 인물 및 교육기관은 고을의 크기에 따라 규모를 달리하였습니다.

대성전은 배향 공간으로 공자를 비롯한 성현의 위패를 모시고 별도로 동무(東廡), 서무(西廡), 제기고(祭器庫)가 있습니다. 명륜당은 교육공간으로 좌우에는 기숙사인 동재(東齋)와 서재(西齋)가 있으며 동재에는 양반 자제, 서재에는 서얼이나 평민 자제가 기거하였습니다.

조선왕조는 유교적 정치이념과 문화를 지방에 보급하고자 1읍1교를 원칙으로 전국의 모든 고을에 향교를 건립하였고, 김천시에도 3개(김산, 개령, 지례)의 향교가 있으며, 마을 이름에 교동(校洞), 교리(校理)와 같은 지명이 있는 고을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짙은 가을향기가 겨울을 향해 다가서는 만추에 여덟 번째 답사는 '대(臺)'라는 이름으로 유일하게 남아있는 교동 연화지 봉황대(경북 문화재자료 제1호)와 김천의 진산인 달봉산 자락 교동에 자리한 김산향교(경북 유형문화재 제463호)에서 역사와 문화의 흔적을 느껴보았습니다.

연화지 가운데 있는 봉황대는 군수가 봉황이 나는 꿈을 꾸고 봉황루(鳳凰樓)로 이름을 지었다가 영조 때 봉황대로 고쳤다. 전면 계단 위쪽에 봉루관 현판이 있다.

봉황대 입구에 조양문(朝陽門)이 있고 문을 통과하고 돌다리를 건너면 봉황대가 나타난다.

누각에는 아직도 선현들의 정취가 남아 있다. 조선 중기의 문신 이안눌(李安訥)은 이런 시를 남겼다.

금릉의 하룻밤

밤에 금릉의 초가에서 자는데
거울같은 못물이 마른 연을 적시누나
한밤중에 비오더니 새벽에 찬 달이라
한없는 풍광을 나 홀로 읊네

夜宿金陵一草家平池如鏡侵枯荷

五更寒月三庚雨無限風光獨自嗾

봉황대를 감싸고 있는 녹색 잎들이 단풍으로 아름답게 물든 주변의 풍경

3단의 기단(基壇), 원주(圓柱), 누하주(樓下柱) 측면에 까치발이 달려있고 누마루 중간 사면에 복합문을 달았다.

연화지는 솔개가 봉황새로 변화는 꿈을 꾼 뒤에 솔개 '연(鳶)'자에 바뀔 '화(化)'자를 써서 연화지라고 하며 삼산이수를 형상화하여 3개의 봉우리를 만들고 시인묵객들이 모여 시를 읊고 술잔을 나누며 놀던 곳이다. 봄에는 벚꽃과 개나리가 만발하고 여름에는 연꽃이 절경을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