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연의 김천 문화유산 답사 - 섬계서원과 천년기념물 은행나무

샛노란 빛으로 예쁘게 물든 은행나무는 가을의 상징입니다. 지구의 역사에서 볼 때, 은행나무는 중생대 쥐라기 이후부터 현재까지 생존해 오는 가장 오래된 식물입니다.

공자가 은행나무 밑에서 제자를 가르쳤다는 고사가 전해 오고 있지요. 그런 연유인지 향교, 서원 등 교육기관에 많이 심어져 있습니다. 학창시절에는 단풍이 든 예쁜 은행잎을 책갈피로 사용한 기억도 있지요. 은행잎에는 징코민(Gingkomin)이라는 혈액순환 촉진물질이 있어 약과 화장품 원료로도 사용된다는군요.

우리고장 대덕면 조룡1리에 김천시의 유일한 국가 지정 천연기념물 300호로 지정된 은행나무가 있습니다. 수령을 자그만치 최단 500년, 최장 700년으로 보고 있습니다. 나무의 높이가 20m, 둘레가 12m이니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겠지요? 이 은행나무는 섬계서원(剡溪書院) 뒤 경내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섬계서원은 조선후기의 세워진 서원인데, 경상북도 지방문화재 160호로 지정될 정도로 유서가 깊습니다.

7회째 문화답사는 가을의 울림으로 가득한 계절, 나들이에 잘 어울리는 장소인 섬계서원과 은행나무를 찾았습니다.

역사의 흔적이 담긴 섬계서원에서 충절과 기개를 배웠고, 마을의 유래를 고이 간직한 은행나무에서 조상의 얼과 정서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무르익는 만추의 멋을 누리는 뜻 깊은 하루였습니다.

<섬계서원>은 단종 복위 사건 때, 죽음으로 충절을 지킨 충의공(忠毅公) 백촌(白村) 김문기(金文起) 선생을 추모하기 위해 건립되었습니다. 백촌 선생은 성삼문 박팽년 등과 함께 사육신 중 한 분입니다.

김녕 김씨 백촌 후손의 친절한 안내를 받았습니다. 문 열쇠를 받아 태극 문양을 그린 대문을 지나서 경내로 들어서면 정면 중앙에 섬계서원과 경의재(景毅齋) 편액이 나란히 걸려있습니다.

측면 불이문(不二門)을 들어서면 그 전면에 세충사(世忠祀)가 있습니다. 세충사 벽면에 백촌 김문기 선생의 영정을 주향(主享)하고, 함께 순절한 맏아들 영월군수 현석(玄錫) 공을 배향(配享)하고 있습니다.

출중한 모습에서 강인한 의지와 불굴의 기개가 넘칩니다.

세충사 동쪽에 위치해 있는 건물 삼현별묘(三賢別廟)에는 지례에서 태어나 낙향 후 육영에 헌신한 장지도(張志道)와 자손이 없는 장지도 선생에게 정성을 다한 제자 윤은보(尹殷保), 서즐(徐騭)의 위패가 봉안되어 있습니다.

서원 경내 백촌 선생 원허비(院墟碑) 뒤쪽에 있는 은행나무는 2015년 김천시와 국립산림과학원에서 문화 역사 경관 학술적 가치를 지닌 노거수로 인정받았습니다. 나무의 우량 유전자를 보존하기 위해 DNA 추출 및 복제나무 육성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귀로에 인근 신라시대에 창건한 천년 전통사찰 비봉산 봉곡사에 들렸습니다.

문상연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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