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시평 - 자유한국당의 오버액션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철학박사)

뭐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자유한국당 말이다. 남북 정상이 한 평양 선언 비준안 재가와 관련해 '초헌법적 결정'이라며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또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의 심판을 청구하기로 했단다.

남북의 평화 통일에 대한 훼방으로 밖에 안 보인다. 70 년이 넘는 분단이 사람의 의식구조를 저렇게 왜곡시킬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얄팍하기 짝이 없는 서푼어치 기득권을 지키려는 발버둥으로 밖에 안 보인다.

함께 하자고 하면 거절하고, 빼 놓고 진행하면 발목 잡고... . 전형적인 놀부 심보 아니고 뭔가. 놀부 심보도 가끔 정치에서 먹혀 들 때가 있을 것이다. 허나 남북통일 문제에 대해서만은 얄팍한 정치 논리로 다가가서는 안 된다.

난 몰랐다. 지인이 이 뉴스를 보내주지 않았다면 모르고 넘어갔을 것이다. 워낙 상식 이하의 행동이어서 큰 뉴스거리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모르고 지나치는 것이 나을 뻔 했다. 이런 데까지 마음 쓸 여유가 지금 내겐 없다.

이 뉴스에 사진 한 장이 첨부되어 있었다. 사진이 이 글의 주 소재다.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김성태를 중심으로 왼쪽에 곽상도 의원, 오른쪽에 최교일 의원이 엄호하고 있었다. 마치 본존불을 좌우 두 협시불이 받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 사진을 보고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김성태 원내대표야 워낙 오버액션을 많이 하는 사람이니 그렇다고 치자. 지금보다 더 한 짓도 보란 듯이 하는 사람이다. 오죽하면 그를 두고 '혼수 성태'라고 비아냥대는 말까지 나왔겠는가.

그런데 좌우 협시불 곽상도와 최교일은 좀 달라야 하지 않을까. 이들이 몇 천 원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장돌뱅이 출신이라면 이해하겠다. 그게 아니더라도 대차대조표에 예민한 사업가라면 그냥 보아 넘기겠다. 아니지 않나.

이 두 사람은 주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을 오래 해왔다. 곽상도와 최교일은 검사 출신이다. 검찰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입신양명(立身揚名) 쪽으로 전형적인 사람들이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이런 일을 버젓이 할 수 있을까.

9.19 남북정상 회담 후속 조치의 일환으로 국무회의에서 재가한 평양 선언 비준안이 무효라며 가처분 신청을 한 것이다. 김성태야 돌출발언으로 주목 받는 것 외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일이 없는 사람이니까 그렇다 치자.

곽 최 2인은 뭐하는 사람들인가. 법으로 밥을 먹은 사람들이 이렇게 상식 이하의 행동을 할 수 있는가. 법 적용을 이런 식으로 해도 되는가. 반통일 세력으론 태극기부대로 족하다. 곽 최가 거기에 부화뇌동하는 것 같아 안쓰럽다.

공안 부서를 거친 두 사람 같은데, 이들의 외눈 판결로 사고(思考)를 겁박 당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법조계에 몸 담고 있는 사람들은 상식에 근거하고 있는 균형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들은 거기서 일탈해 있는 사람들이다.

"국무회의에서 비준한 '평양공동선언과 남북군사분야합의서'의 효력정지가처분신청서"를 들어보이고 있는 세 사람(가운데 김성태 원내대표, 좌 곽상도 의원, 우 최교일 의원)

나서야 할 때는 몸을 사린다. 하지 않아도 될 데에는 용감하다. 최교일 하면 떠오르는 게 있다. 안태근 성추행 사건 무마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된 적이 있다. 안태근 검사가 법무장관과 문상을 간 자리에서 옆 여 검사를 성추행 했다.

한 동료 여 검사가 이것을 문제 삼자 당시 검찰국장이던 최교일이 "당사자가 가만히 있는데 니가 뭔데 들쑤시고 다니냐"며 일갈했다는 것이다. 창피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치국(治國)에 앞서 수신(修身)을 가다듬어야 할 사람이다.

곽상도는 더 하다. 그는 이른바 '저축은행 변호인'으로 용맹(?)을 떨쳤다. 2012년으로 기억한다. 거액의 회사 돈을 빼돌린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회장의 변호를 맡았다. 범죄가 드러나자 김찬경이 밀항을 기도해 곽상도의 면이 말이 아니게 되었다.

그뿐 아니다. 1990년대 초반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이 하나 있었다.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이 그것이다. 곽은 당시 담당 검사로 강기훈을 구속시키는데 일조를 했다. 이것은 대표적인 공안 조작 사건으로 알려진 것인데 결국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났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안다는 말이 있다. 법을 공부하고 시험에 합격해 법조계에 있었다고 해서 모두 법에 정통한 것은 아니다. 도리어 그 반대일 수가 있다. 배운 법을 악용하는 경우이다. 곡학아세(曲學阿世)는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

통일은 우리의 염원이다. 지상대명(至上大命)이다. 내놓고 통일을 반대할 명분은 그 어디에도 없다. 따라서 반 통일론자도 드러내놓고 반 통일론자라고 말하지 않는다. 훼방의 방편이 지엽적인 것을 문제 삼아 물고 늘어지는 것이다.

반대를 위한 반대다. 훼방을 놓기 해 물귀신 작전도 마다하지 않는다. 지금 자유한국당 하는 짓이 딱 그 짝이다. 지난 지자제 선거에서 왜 참패했는지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다. 홍준표가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자유한국당 당명을 내리고 재창당 수준까지 가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시 옛 근성이 나오고 있다. 당의 개혁은커녕 한 줌 기득권을 지키기에 급급하는 모양새다. 깨닫지 못한 정당엔 미래가 없다. 국민을 의식하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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