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철학박사)

유치원과 어린이집 문제로 사회가 시끄럽다. 아동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곳에서 불미스런 일이 속출하는 것은 사회의 밑바닥에 균열이 생기는 것과 같다. 하루 빨리 수습되어야 한다.

유치원 이야기가 나오면 생각나는 분이 있다. 고등학교 영어 담당 선생님이다. 좋은 대학을 나오고 고등학교 교사로 만족하는 그에게서 좀 답답함을 느꼈다고 하면 결례가 될까.

그 선생님은 자녀들도 모두 훌륭하게 키워 사회에서 자기 역할을 톡톡히 하게 했다. 자녀 교육을 잘 시켰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그런 찬사가 그에게는 중요하지 않았다.

자녀들이 알아서 컸다는 것이다. 부모로서 한 일은 자유롭게 생각하고 놀고 공부하게 한 것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것이 그 선생님의 유명한 자유방임 교육 철학의 결과임은 말할 필요가 없다.

우리 때엔 유치원 교육이라는 게 없었다. 극소수의 부유한 가정의 학생들만이 유치원을 거쳐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아마 그 선생님의 자녀도 유치원에 갈 조건은 되었던 것 같다.

그 영어 선생님은 교직으로 평생을 보낸 분이다. 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대학 교수로 전직하는 경우도 당시에는 드물지 않았다. 그 선생님은 한사코 고등학교 교사를 고집했다.

그분의 경험담을 종종 얘기하셨다. 유치원과 관련된 이야기였다.

“내가 많은 학생들을 지도해왔지만 유치원 다닌 학생들이 공부 잘 하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유치원 다닌 학생들은 국민학교 때는 상위 그룹에 있다가 중학교 때는 중간 그룹으로 떨어지고 고등학교 다니면서는 하위 그룹에 드는 것을 자주 보았다. 유치원은 아이들을 나약하게 만드는 독약과도 같은 것이다.”

이른바 유치원 무용론이다. 그분의 말이 사실에 꼭 부합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부잣집 자제들로 모든 게 풍족하게 갖춰졌으니까 지구력이 필요한 공부에서 경쟁에 뒤질 수밖에 없다는 말씀이었을 것이다.

물론 지금은 여러 가지 상황이 많이 과거와는 다르게 변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아이들이 가야 하는 필수 코스가 되었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그렇다지만 맞벌이 부모에게도 필요한 것이 어린이 교육 기관이다.

공립이 아닌 사립이 우후죽순처럼 생기다 보니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하는 모양이다. 전국 유치원들이 모여 만든 연합체는 복마전이라고도 하고 또 난공불락의 성채와 같다는 말도 들린다.

과거 정부과 정치권에서 몇 번 손을 대려다가 힘의 논리에 밀려 도중에 포기했다는 후문이다. 손실을 감수하면서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운영하라고 할 수는 없지만 바르게 운영하라고 주문할 수는 있다.

교육은 내려갈수록 더 중요하다. 특히 사고가 성숙하지 않아 판단력이 서 있지 않은 어린이들을 교육하는 것은 지정의(知情意)의 바탕에 기반 하지 않으면 사상누각이 되기 쉽다.

교육부가 문제 해결에 나설 의지를 피력했다고 하니 다행이다. 새 시대에 맞게 정책이 바뀌면 그것을 따라 주는 것이 국민 된 도리이다. 시대가 변했는데도 과거에 매몰되어 현상을 바라보면 안 된다.

조심해야 할 것은 몇몇 문제 유치원으로 인해 다수의 선량한 유치원이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권을 ‘개혁정부’라고 부른다. 개혁은 잘못된 것을 과감하게 바꾸는 것을 말한다.

발행인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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