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1일 오후 7시, 제30차 포럼엔 좀 특별한 분을 발제자로 초청했다. 김천시의회 배낙호 전 의장. 지역을 위해 뛴 햇수가 17년이라고 하니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니다. 시장 정무비서 5년, 시의원 12년. 시의원 재임 중 두 번에 걸쳐 시의회 의장을 역임했다.

자연인으로 돌아가 초야에 묻혀 있는 사람이라며 포럼 발제를 완강히 고사했다. 김천혁신포럼에 대해 설명하고, 30회차 발제에 최 적임자임을 주지시켰다. 한 사람이 쏟아 부은 열정을 체에 걸러 소화해 내는 것은 의미가 옅지 않을 터이다.

주제를 '지역 섬김 17년, 회고와 전망'으로 정했다. 무슨 틀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이야기를 풀어놓는 형식이면 된다. 생각을 부담 없이 담담하게 전달하면 된다고 했다. 마치 화롯불을 가운데 두고 정담을 나누듯... .

배낙호 전 의장을 볼 때마다 순수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감추는 것이 별로 없다. 예스와 노가 분명하다. 자신에게 이롭지 않은 것도 솔직하게 말한다. 이런 그의 성격이 의정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측면이 크지만 권모술수가 횡행하는 사회에서 손해 보는 일도 있다.

시의회 의장 두 번 역임한 것을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된다. 작은 공부 모임인 '김천혁신포럼'에 발제자로 오면서도 그는 A4 석 장 분량으로 꼼꼼하게 정리를 해 온 것이 보였다. 성격에 의한 것만은 아니리라.

김천혁신포럼과 회원들에 대한 예의라는 생각이 들었다. 호감을 갖게 만들었다. 이런 순서로 진행했다. 김천혁신포럼에 대한 소개, 회원들의 자기소개에 이어 배 전 의장이 인사말을 했다. 주제는 앞에 밝힌 대로 '지역 섬김 17년, 회고와 전망'으로 잡았다.

좀 아쉬웠던 것은 제30회차 포럼인데도 참석한 회원 수가 평소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는 전혀 개의치 않고 발제를 시작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시원시원하게 발제를 이어갔다.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는 내용을 찾아가면서.

그는 시장 정무비서관으로 일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경북혁신도시(김천혁신도시가 아니라), 전국체전, KTX 유치 등에 대해 회고할 때엔 무협 영화를 보는 것과 같이 스릴이 있었다. 특히 KTX 구미 정차가 대두되고 있는 지금 대비의 끈을 조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의원-시의회 부의장-의장’을 지내면서 공동주택 지원조례안 대표 발의, 삼애농장 내 계분공장 이전, 구읍지구 주거환경 개선사업 등을 작으나마 김천 발전에 기여한 것으로 꼽았다. 집행부인 시를 감독 견제하면서 동시에 진행한 것들이어서 의미가 더하다.

지난 6.13 지자제 선거 때 그는 시장 불출마 선언을 했다. 당시 여론은 유력한 당선 후보 중 한 사람으로 배 전 의장을 꼽았다. 불출마의 변으로 사드 배치를 막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들었지만 숨어 있는 사유도 없지 않을 것이다. 사람으로 인해 절망을 깨달은 기회가 되었다.

 
'초야에 묻혀 있는 자연인'이라는 말을 되풀이했지만 상황에 따라 지역을 위해 봉사할 일이 있으면 적극 나설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여기엔 물론 선출직 공무원도 포함된다. 한 회원이 밝혔듯이 지금까지 쌓은 경험을 사장시키기엔 아까운 측면이 없지 않을 것이다.

사드 배치 반대 투쟁과 KTX 구미 정차 반대에 앞장섰던 것이 기억에 강하게 각인되어 있고, 김천의 랜드마크(Landmarks, 지역을 대표하는 상징물)를 만들지 못한 것, 혁신도시에 전문병원과 특목고를 유치하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 대목이다. 

아울러 예비비의 적기 집행, 시의회의 인사권 독립, 공무원들의 의회 존중 등은 집행부 수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언제라도 실행될 수 있는 것들이라고 했다. 진정 의회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전문위원 한 사람이라도 의회에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8대 의회에 하고 싶은 당부의 말을 부탁했다. 바로 답변이 돌아왔다. 공부하는 의원, 순세계 잉여금(예산이월금)을 바로잡아 줄 것, 시민들의 의견 청취를 많이 해서 의정에 반영할 것을 꼽았다. 자신이 하고 싶었지만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1시간 30분이 금세 지나갔다. 한 사람의 탁월한 지혜보다 여러 사람의 평범한 중지가 사회를 발전시키는 동인이 될 때가 많다. 배낙호 전 의장의 발제를 경청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이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선출직은 내가 원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다수가 나를 원할 때 되는 것이다.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발행인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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