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철학박사)

정장 차림엔 구두가 제격이다. 정장은 편한 활동을 위한 차림이라기보다 격식을 갖춘 옷차림이다. 다소 활동에 불편한 점이 있다 해도 예의를 갖출 필요가 있을 때 정장을 입는다.

운동화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움직임, 즉 활동을 위해 만든 상품이다. 따라서 그것을 신으면 활동하기에 편하다. 발을 많이 사용할 필요가 있을 때, 운동을 할 때 운동화를 신는다.

선거운동 때도 여느 때 못지않게 발을 많이 쓴다.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지역구를 누비고 다녀야 한다. 한 표가 아쉬운 때에 구두를 신고 점잖을 빼며 어슬렁거리는 정치인을 상상할 수 없다.

선거가 끝나고 당선되고도 운동화를 고집하는 사람들이 있다. 언뜻 떠오르는 정치인으로 노동운동 출신 노회찬 의원이 있다. 지금은 이 땅의 사람이 아니지만 의원으로 활동할 때 정장에 운동화 차림의 노 의원을 늘 볼 수 있었다.

이상스러울 정도로 그 모습이 자연스러웠다.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그가 속한 정당이 서민을 대변하는 정당이어서 그랬을까. 아니면 대학물을 먹은 그가 노동 관련 자격증을 여러 개 소지한 노동자 출신이어서 그랬을까. 뉴스거리가 되지 않았다.

우리 김천 출신으로 3선 국회의원까지 지낸 정치인이 경북도지사가 되었다. 이철우 지사가 그 주인공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의 차림을 눈여겨본다. 근무복은 점퍼 차림이 많되 가끔 양복을 입을 때도 있다.

그렇지만 입는 옷에 상관없이 신는 신발은 늘 운동화다. 여러 가지 뜻을 거기서 읽을 수 있겠다. 대충 이런 것 아니겠나 싶다. 열심히 뛰고 있다, 소탈한 서민 지향이다. 거기에 이런 생각을 덧붙여 본다. 지위고하, 남녀노소, 대소불문 누구든 만나 고충을 듣겠다.

이 정도는 실천해야 운동화를 신고 다니는 것에 명실상부하게 값하는 것이 된다. 곰곰이 생각해 본다. 이철우 지사가 과연 그렇게 하고 있는가. 외람되지만 나의 판단은 부정적이다. 새바람을 일으키려는 시도이지만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자기의 모자람을 드러나는 외양으로 감추려는 경향이 있다. 이철우 도지사뿐 아니라 누구든 마찬가지다. 이것을 한자 숙어로 표리부동(表裏不同)이라고 한다. 겉과 속이 같지 않다는 뜻이다. 여기서 '표(表)'는 드러나는 모습이고, '리(裏)'는 갖고 있는 생각을 말한다.

이철우 지사는 지금 자유한국당 소속 광역 단체장이다. 전국에서 대구광역시와 더불어 유이(唯二)하다. 그의 한계라기보다 자유한국당의 한계가 될지 모르겠다. 자유한국당이 언제 서민 위주의 정책을 생각했던 적이 있었던가.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 등 기층 민중 친화성을 보인 적이 과연 있었던가. 그들은 있었다고 강변할지 모르겠지만 내가 볼 땐 그 반대 지점에 서 있을 때가 훨씬 많았다. 이철우 지사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제 영역에서 기득권 세력의 대변자였다.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행사에서..... 정장차림에 운동화를 신은 이철우 지사의 모습이 이채롭다.

그런 그가 점퍼 차림에 운동화? 솔직히 진정성이 안 보인다. 사고(思考)의 전환 없이 옷을 점퍼로 또 구두 대신 운동화를 신고 다닌다고 해서 서민을 위하는 도지사가 되는 게 아니다. 그의 삶을 되돌아 볼 때 위만 쳐다보고 살아 온 인생 아니었나. 

중학교 교사-안기부(국정원 전신) 과장-국회의원-여당 사무총장-최고의원-경북도지사-? 앞으로 어떤 자리를 꿈꾸고 있을지 모르겠으나 그 자리가 '더 높은 곳'임은 분명해 보인다. 이철우 지사가 여기까지 올 때엔 많은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올라섰을 것이다.

서민은 위가 아니라 아래를 바라볼 때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다. 옷을 점퍼로 바꿔 입고 구두 대신 운동화를 신는다고 서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런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 그가 운동화를 신고 도내 곳곳을 누빌 때, 할 일 잃은 부하 직원을 생각해 보았는가.

행정은 시스템이란 말이 있다. 도(道)라는 거대한 시스템이 움직여야지 도지사가 종횡무진 뛸 일이 아니다. 그것은 새 바람도 아니고 도정 개혁은 더더구나 아니다. 미국의 경제 공황 극복에 앞장선 루즈벨트, 구두에 정장한 그에게서 더 큰 지도력을 발견한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발행인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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