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김 영감님 마음은 
오래전부터 콩밭에 가 있지요.

콩이 누렇게 익었습니다.
매년 짓는 콩 농사지만 올해는 유난히 힘들었습니다. 남들보다 일찌감치 심은 씨앗은 비둘기란 놈한테 보시(布施)를 하고 두 번째 새로 심은 씨앗이 겨우 살아나 조로코롬 탐스럽게 익었네요. 

콩이 누렇게 익을 때쯤 되니 이번에는 고라니란 놈들이 덤벼 듭니다. 나라에서는 야생조수 보호니 별 요상한 소리를 합디다만, 지발 좀 개체수를 줄여 줬으면 좋것구만요. 옆집의 김 영감도 
나름 노력을 안 했겠습니까?

빤짝이 줄도 쳐보고 저렇게 
번쩍번쩍 빛나는 허수아비를 
세우기도 했었는데....
나쁜 고라니 놈들 같으니라구
처음에는 몇 번 속아 넘어가더니
이제는 아예 무시하고 지놈들 
안방처럼 마구 들어옵니다.

우리 옆집의 김 영감님....
하다하다 안되니 마지막 수단으로 복실이란 강아지를 샀다는 거 아닙니까. 글쎄 복실이란 놈이 
어찌나 소리가 크던지 이제는 노루는 안 오는데 비둘기란 놈들은 아직까지도 날아옵니다. 
이제는 어쩌겠습니까. 
김 영감님도 포기를 하신 듯합니다 
공생을 할 수밖에 없겠지요.

오늘도 가만 보니 김 영감님이 
콩밭을 한 바퀴 휙 둘러보고 가네요.
아마 수일 내에 타작을 할 모양입니다. 
혹시 또 모르지요. 
콩 타작이 끝나면 청국장을 만들어서 나한테도 조금 나누어 줄라는지요. 
기대가 됩니다. 그래서 나의 마음도 
저 콩밭에 가 있습니다.

혹시나
"마음은 콩밭에 가 있다"는
속담을 들어보셨는지요?

이 속담의 유래는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옛날에 우리 조상님들이야 얼마나 가난했겠습니까? 몇몇 양반님 네를 빼면 대부분 머슴을 살기도 했을 테고 부잣집 농토를 빌려서 소작을 부치기도 했었지요.
그러다 보니 야산이나 어디 버려진 땅이라도 보이면 콩을 심었겠지요.

가을이 다가와 누렇게 익을 때쯤 되면 얼마나 마음이 불안했을까요
누가 훔쳐가지는 않았을까?
혹시 들짐승이나 새란 놈들이 
다 먹는 것은 아닐까....
주인이 없는 땅이라고 심었는데 혹시나 누가 땅주인이라며 억지를 부리는 것은 아닐까....
마음이 그렇다 보니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옳게 될 턱이 있겠습니까? 건성건성... 대충대충... 
여기에서 유래가 되어
"마음은 콩밭에 가 있다."는 
속담이 생겼다고 합니다.

어떻게 알았냐구요?
마침 누런 콩밭을 지나가는데 라디오에서 이야기를 해주네요.ㅎ

문홍연  daum.net

문홍연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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