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나, 간다는 것은

이정인(전 김천대 겸임교수, 관광경영학 박사)

지는 해 바라보는 것은
있는 그대로 나를 내려놓는다는 것을

저녁노을 비치는 것은
슬픔과 기쁨이 물들어 하나가 되는 것을

어둠이 내리는 것은
한 번뿐인 휴식에 굽은 허리를 펴는 시간인 것을

별이 뜨는 것은
삶 속에 맺힌 땀이 아름답게 기억되는 순간인 것을

눈을 감는 것은
꿈속에서 만나는 긴 입맞춤인 것을

하늘의 별을 지우는 것은
삶의 끝자락에 다시 떠나는 여행인 것을

이름을 지우는 것은
슬픔 하나 지우는 또 다른 사랑인 것을

바람 한 점 부는 것은
함께 있었기에 느끼는 숨결인 것을

도돌이표가 된 흔적은 무늬가 되어 그렇게 걸어왔다

* 아마추어 시인의 진가는 참신성에 있다. 이정인의 시를 받은 순간 느낌이 참신하다는 거였다. 자유주의자 이정인이 제2의 사춘기가 오지 않았나 싶다. 자유인으로서의 삶을 어느 정도 정제하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 . 시는 운문이다. 읽으면서 운율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매 첫 시행 '~것은'과 둘째 행 '~것을'의 반복은 시의 형태뿐 아니라 거기에 음율이 배태되어 있어서 좋다. 시의 제목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나, 간다는 것은' 어디를 간다는 말인가. 죽어러? 그럴 리 없다. 자연 속에 한 인자로 자리하고 싶다는 우회적 표현이다. '해, 저녁놀, 별, 바람...'은 자연을 대표하는 것들이다. 거기에 시인은 슬픔과 기쁨, 땀, 입맞춤, 여행, 사랑, 숨결로 자신의 마음을 모자이크하고 있다. 그 결론이 '도돌이표가 된 흔적은 무늬가 되어 그렇게 걸어왔다'이다. 대 자연 앞에 작은 점에 불과한 자신을 발견한 것이다. 대단한 발견이다. 참신하다는 것은 바로 이와 같은 점에서 하는 말이다. 정진을 빈다(耳穆).

이정인  daum.net

이정인  daum.net

<저작권자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